[사설]알바생 죽음까지 부른 ‘용서 못할’ 악덕 고용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한 여대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자가게 주인 안모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는 강제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찍은 뒤 이를 공개하겠다고 집요하게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죽어서 진실을 알리겠다. 경찰 아저씨 이 사건을 파헤쳐서 그 사람을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유서를 휴대전화에 남겼다. 안 씨가 옷 벗은 상반신을 강제로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를 통해 보내며 위협하자 여대생은 수치심과 모욕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로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이른바 ‘알바’로 불리는 단기 계약직 근로가 국내 고용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가 넘쳐 나는 상황에서 알바생은 성희롱, 임금 체불 등 노동권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최근 대학생 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에게서 임금체불 등 부당한 횡포나 착취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78%나 됐다. 알바 일자리가 훨씬 부족한 지방에서는 고용주의 횡포에 시달릴 소지가 더 많을 것이다.

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알바생은 성희롱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고용주에 의한 착취나 범죄는 그대로 묻혀 버리고 같은 행위가 반복될 공산이 크다. 꿈에 부풀어 있을 나이의 여대생이 사회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 유도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딴 22세의 여자선수 케일라 해리슨은 청소년 시절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을 생각할 만큼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결국 운동을 통해 역경을 극복한 그는 “성적 피해를 당하면 꼭 세상 밖으로 나와 얘기를 해라. 그럼 세상이 꼭 도와준다”고 말했다.

성폭행 전과로 전자발찌를 찬 서모 씨(42)는 20일 서울 광진구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저항을 받자 흉기로 목을 찔러 살해했다. 전자발찌 부착 관리대상자가 이런 범죄를 저질러도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성폭행 피해자와 그 가족은 평생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 성범죄자를 한 명도 놓치지 않고 반드시 붙잡아 처벌해야만 추악한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성폭행#취업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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