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 관련 협상, 정치 일정에 묻혀선 안 된다

  • 동아일보

한미 군 당국은 최근 경기 의정부와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 미2사단 개편 협상을 사실상 중단했다. 양측은 지난달까지 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령부와 같은 한미연합부대로 만들어 한강 이북에 그대로 남겨두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협상은 2015년 12월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환수 이후 생길 수 있는 전력 공백을 막는 차원에서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한미 양국이 벌여온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협상도 12월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군 주변에선 미 행정부가 한국 대선이 4개월 남은 상황에서 협상 중단 지침을 내렸다는 얘기가 나돈다.

1974년 발효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2014년 3월 효력이 끝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시한을 못 맞춘다면 협정은 무효화하고, 우리나라 핵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협상 타결 후 양국의 의회 비준 절차 등 후속 일정을 감안하면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한미 양측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 있다. 미 행정부 내에선 이 협상도 양국 대선 이후로 넘기자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외교 안보 관련 이슈가 국내에서 선거 쟁점화하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 한국은 5년마다, 미국은 4년마다 되풀이되는 대선 때문에 외교 안보 협상을 중단하는 것은 중대한 국정공백 사태다.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도 졸속으로 밀실에서 추진하다 여론의 질타를 맞고 청와대 담당 기획관이 물러났지만 대선을 앞둔 여야의 정쟁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일본은 위성 이지스함 등을 통해 수집하는 북한 관련 정보에서 한국보다 앞선 분야가 많다. 한일 양국의 실무선에서 가서명까지 했던 협정이 취소되고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책임 공방까지 벌어진 것은 전형적인 임기 말 증상이다.

집권 5년차에 친인척 측근 비리로 이명박 대통령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정부 관료들도 청와대보다 여의도의 차기 여야 대선주자들 눈치 살피기에 바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내년 2월 24일 밤 12시까지 진행한 협상 결과를 차기 정부에 넘긴다는 자세로 꼼꼼히 현안을 챙겨야 한다. 여야 대선주자도 5000만 국민의 생존이 걸려 있는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선 정략적 접근을 자제하고 초당적(超黨的)으로 대처해야 한다.
#사설#안보 협상#정보보호협정#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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