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명정식]협동조합, 양극화 해소의 대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날’이었다. 또한 금년은 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을 돕고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자는 취지에서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기도 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금융 기업의 탐욕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판명나면서 금년 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거론됐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이 과도한 주주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10억 명, 우리나라에서 2000만 명이 가입한 협동조합,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협동조합의 기본 가치는 기본적으로 민주, 연대, 공정과 같은 사회 정의에 기초하고 있다. 그 실현을 위해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가입 자유, 민주 참여, 자율과 독립, 경제적 참여, 교육, 협동조합간의 협동, 지역사회와의 협동 등 7대 원칙을 두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 며 미국에서 시작하여 세계화한 99%의 저항 운동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상위 1%가 전 국민 소득의 16.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다음이며 일본의 두 배에 가깝다. 이윤 창출이 일차 목적인 기업과는 달리 협동조합은 공동 소유와 민주적 관리, 공동 분배 제도 때문에 양극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각국에서 협동조합 정신의 제도화를 추진하는 까닭이다.

조합원의 주인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의 충성도가 강하다. 이탈리아 협동조합은 충성도가 매우 높아 총매출액의 75%를 차지하며 농산물은 거의 협동조합을 애용한다. 조합원들은 노약자, 장애인 돌보기, 말동무, 이민자나 소외 계층을 돕는 일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모두가 주인인 까닭에 사업 이용은 물론 참여와 연대의식이 강하여 민주시민 양성의 학교가 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 고유 기능인 조합원 교육과 복지사업은 과잉 경쟁으로 피로도 높은 우리 사회의 완충지대가 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나누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협동조합은 소수의 인원으로 수시 설립이 가능하고 소액으로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에 리스크도 적다. 금번 재정위기 시 스페인에서 전체 기업 파산은 2.4%였으나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0.8% 파산에 불과했고 직원은 모두 타 기업으로 전환 배치됐다.

이탈리아도 일반 기업 파산율은 2.0%였으나 레가협동조합은 파산이 없었다. 협동조합의 성격상 자금조달과 운용이 내부 중심이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강하고 그만큼 고용도 안정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경영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하면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동반성장과 상생의 가치 구현에는 협동조합이 최선이라고 본다. 협동조합은 지역사회, 환경, 고객, 조합간 상생을 그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며,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소규모 인원과 자본으로 설립이 가능해 일자리 나누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우리도 금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관 주도의 하향식 조직문화, 자생적 협동조합 경험의 부재 등은 협동조합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기본 원칙에 충실하다면 협동조합은 민주 시민의 지위 향상은 물론 자본주의 역기능 해소 조직으로 최선의 대안이 될 것이다.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협동조합#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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