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대]불량 수입 철강재 위험천만… 근절될 때까지 단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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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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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장
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장
나라의 큰일을 맡길 인재를 두고 ‘동량지재(棟梁之材)’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들보나 기둥이 될 만한 재목(材木)이라는 뜻이다. 한편 이것은 건물에 있어 들보나 기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중요한 들보나 기둥이 미심쩍은 재료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어느 날 내가 사는 아파트의 벽체나 마룻바닥이 품질검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철근이나 콘크리트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불안할까.

우리나라 철강업계가 수입 철강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철강재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품질이 향상되고 제품가격이 싸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품질과 안전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제는 철강재 수입이 늘면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부적합 불량 철강재의 수입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건물의 기둥 등에 쓰이는 H형강의 경우 지난해 수입된 H형강 79만 t 중 품질시험을 거쳐 적법하게 건설 현장에서 사용된 것은 4만5000t(5.6%)에 불과하다. 현행 건설기준관리법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KS’ 마크가 없는 수입 철강재를 사용할 경우 일정량마다 품질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된 H형강 중 상당수가 안전검사도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부적합 제품을 들여와 정상적인 제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편법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규격에 맞지 않는 수입 제품을 들여와 국산 제품인 것처럼 둔갑시켜 판매하거나 특수 첨가물을 넣은 철강재를 일반 제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등 행태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일반 철강재에 보론(붕소)을 넣어 만든 이른바 ‘보론강’이 대표적인 편법 수입 제품이다. 중국에서는 철강재에 불필요한 보론을 조금 넣어 수출하면 일반 철강재보다 비싼 특수강 제품으로 취급받아 세금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건물을 설계할 때 보나 기둥이 견딜 수 없는 하중을 받게 되면 사용된 철강재가 구부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는데 보론강은 경도가 높아 큰 변형이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파괴될 수 있어 건물이 갑자기 붕괴될 위험성이 커진다. 또한 불순물이나 불필요한 화학성분을 첨가할 경우 용접 성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분들이 포함돼 융접 불량이 증가되면 구조물의 접합부가 취약해져 결과적으로 구조물 전체의 안전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1994년 붕괴된 성수대교도 접합부 결함이 주요인이었다.

H형강이나 후판 같은 철강재는 고층건물이나 교량 등에 많이 쓰인다. 이 구조물들은 이용자가 많아 사고 발생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단순히 건설이나 무역 관련 규정 위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부적합 불량 철강재를 쓰고 있다. 이들 철강재를 수입해 가공 판매하는 업주 중에는 자신이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건설기술관리법 개정 및 H형강 원산지 표시 단속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런 조치가 일회성 전시 행정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다. 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홍보와 단속으로 부적합 불량 철강재 사용을 근절해야 할 때다.

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장
#불량 수입 철강재#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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