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과 늑대’라는 이솝 우화가 있다. 장난삼아 “도와주세요, 늑대가 나타났어요”라고 소리쳐 마을 사람들을 몇 번 헛걸음치게 만든 양치기 소년은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땐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결국 양들이 모두 늑대에게 잡혀 먹혔다는 얘기다.
이 우화에는 ‘함부로 거짓말을 하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양치기 소년이 피해를 본 것은 수십 마리의 양이었지만 만약 이 양들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일 경우 얘기는 심각해진다.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우화를 인용한 것은 허위 112 신고의 폐해를 언급하기 위해서다. 허위 112 신고로 인한 경찰력의 낭비가 심각하다.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의 통계를 보면 허위·장난으로 신고된 건수는 2010년 11만2172건에서 2011년 10만4256건으로 줄었지만 경찰이 출동한 건수는 1846건에서 2478건으로 약 34% 증가했다.
4월에는 청와대 부근에서 폭탄을 가지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관 20여 명과 순찰차 여러 대가 출동했지만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허위 신고자는 형사 입건돼 처벌을 받았다. 5월에는 사채업자에게 잡혀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다는 신고를 4차례나 받고 순찰차 3대와 형사 여러 명이 출동해 수색했으나 결국 허위 신고로 판명됐다.
허위 112 신고로 허비된 경찰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금액에 이른다. 이는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허위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는 동안 실제로 위험에 처한 시민들이 경찰의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 경찰은 하루 평균 2만여 건의 112 신고를 받는다. 한 건의 신고도 놓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현장으로 서둘러 달려가지만 허위 신고로 밝혀졌을 때 출동 경찰관이 느끼는 허탈감, 허비된 경찰력 그리고 정작 위험에 처한 시민이 받을 피해를 생각하면 허위 신고를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다. 허위 신고의 피해는 결국 선량한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경찰은 수원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112 신고센터와 치안상황실을 112종합상황실로 통합해 다양한 사건 사고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112종합상황실장을 총경급으로 격상해 서울 치안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우수 인력을 충원하고 112 시스템을 최신화, 고도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허위 112 신고를 줄이기 위해 허위 신고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 고의적, 상습적으로 허위 신고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형법상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 등 형사 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할 방침이다. 경미한 허위 신고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을 청구하되 단순 벌금 관행에서 벗어나 구류를 법원에 청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근본적인 처방은 허위 신고가 시민의 고귀한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허위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절실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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