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종석]‘연아쇼’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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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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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스포츠레저부 차장
김종석 스포츠레저부 차장
기자인 가장은 공휴일만 되면 가족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기 힘들다. 빨간 날에도 대부분 일하러 나갔다. 올해 어린이날은 휴무일인 토요일이었다. 출근을 핑계로 어물쩍 넘어갔던 예년과 달리 뭔가가 필요했다. 때맞춰 열린 김연아 아이스쇼는 정답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에게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됐다. 아내도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김연아가 완벽했던 예전과 달리 점프하다 행여 엉덩방아라도 찧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나머지 출연자들은 들러리처럼 보였다. 막내는 연방 “연아 언니 언제 또 나오느냐”며 투덜댔다. 수천 명의 관중도 다르지 않았다.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집중됐다. 변함없는 인기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며칠 후 김연아는 다시 ‘쇼’의 중심에 섰다. 사범대 체육교육과에 다니는 그가 졸업장을 받기 위해 꼭 이수해야 했던 교생실습이 도마에 올랐다. 사범대를 졸업한 기자도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받았다. 어느덧 20년 가까이 흘렀어도 여전히 생생한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김연아가 과연’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진실이 뭘까 궁금해 지난주 김연아가 실습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여고를 찾아갔다. 마침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5월의 푸른 하늘에 학생들의 함성이 진동했다. 흙먼지를 마셔도 줄다리기, 단체 줄넘기를 하는 표정은 밝기만 했다. 하지만 정작 체육 담당 김연아 교생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좀 전까지 본부석에 앉아 있다가 몰려드는 인파에 도저히 행사 진행이 안 돼 식사하러 나갔어요.” 담당 교사의 설명이었다. 학생,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우르르 달려들어 휴대전화를 들이대며 인증샷을 찍는 통에 한바탕 소란이 났다고 한다.

김연아는 당초 아이스쇼를 마친 다음 날부터 교생실습이 예정돼 있었는데 하루 쉬고 화요일부터 출근했다. 교생실습은 4주 동안 20일을 채워야 한다. 그래서 실습도 6월 1일이 아닌 6월 4일 종료된다. 김연아는 날수만 채우는 게 아니라 교실 수업과 강연, 면담, 일지 작성 등 교생 업무를 하고 있었다. 배드민턴 수업을 하다 어깨 통증이 생겨 얼음찜질까지 받을 만큼 열성이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어느 대학 교수가 일회성 이벤트라고 비꼰 것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었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해도 교실은 유명인 김연아와는 거리가 먼 공간이었다. 매일 오전 출근부에 도장을 찍은 뒤 퇴근 시간은 훈련 등을 이유로 비교적 자유로웠다. 매니저 2명, 보디가드 1명을 대동하고 등교하는 그는 정장이 어색한 풋풋한 일반 교생들과 분명 달랐다. 고교 체육교사라면 청소년의 음주, 흡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춤을 추며 맥주 CF 모델로 등장하는 김연아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만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다.

김연아는 요즘 두 얼굴을 지닌 것 같다. 감동의 스포츠 영웅과 8개 기업의 TV CF에 동시에 출연하고 있는 대중스타의 이미지가 중첩되고 있다. 한때 코리아의 대표 브랜드로 5조 원 이상의 경제 가치를 지녔던 22세 김연아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빙판을 떠나더라도 계속 뭔가를 보여 달라고 대중은 주문한다. 앞으로 그가 빛을 발하며 서야 할 무대는 어디일까. 김연아뿐 아니라 주위의 어른들도 고민해 볼 문제다. 더 늦기 전에, 황홀한 연기가 빛바랜 장면으로 잊혀지기 전에….

김종석 스포츠레저부 차장 kjs0123@donga.com
#29#김종석#김연아#김연아 교생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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