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달짜리 의원에게 月 120만 원 종신연금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윤금순 비례대표 1번 당선자는 한 달짜리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윤 씨는 종북 성향의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 당선자들이 사퇴한 뒤 다른 종북 후보가 승계하지 못하도록 일단 의원이 되기로 했다. 1980, 90년대에는 평민당, 새정치국민회의 등이 창당하면서 이 당으로 옮기느라 4년 임기를 못 채운 비례대표 의원이 많았다. 비례대표 의원의 수감이나 사망, 재·보궐선거 출마 등으로 의원직을 승계해 불과 몇 달 동안 의원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 2004년 5월 사퇴한 민주당 박종완 비례대표 의원을 승계한 안희옥 당여성위원장의 의원 임기는 불과 26일이었다.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과 헌정회 정관에 따라 단 하루만이라도 의원을 지낸 사람은 만 65세부터 매달 120만 원(현재 기준)의 종신연금을 받는다. 헌정회는 2007년 1월 의원 재직기간 1년 이상으로 돼 있던 연금 지급 조건을 없앴다. 2009년에는 금고 이상의 확정판결을 받았어도 집행이 종료됐거나 면제됐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고쳤다. 전직 의원 종신연금은 다른 연금과 이중으로 받을 수도 있다. 공무원은 비리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으면 연금을 삭감당하지만 의원 종신연금은 비리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어도 줄어들지 않는다. 일반 국민이 월 120만 원의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씩 약 30년 동안 불입해야 한다.

국회는 2010년 헌정회법을 개정해 전직 의원 종신연금을 입법화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일부 의원이 종신연금을 못 주도록 헌정회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흐지부지됐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도 올해 1월 19일 “조금 더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서 비대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결론을 못 냈다.

스웨덴에선 12년 이상 의원직을 수행해야 연금을 준다. 한 달만 해도 종신연금을 주는 제도는 지나치다. 여야는 19대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전직 의원 종신연금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는 것이 옳다. 헌정회도 사정이 극히 어려운 전직 의원들이 있다면 세금이 아니라 헌정회 회원들의 기부나 모금으로 도와주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설#국회#국회의원 연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