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국비 지원으로 직업훈련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20대 젊은이가 “88만 원 세대여! 갈 곳 없다고 불평 말고 직업훈련 받아라. 돈은 국가에서 대준다”라고 수기를 썼다. 지방대에 다니던 김성준 씨(24)는 대학을 그만두고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에서 2년간 독하게 기술을 익혀 견실한 정보기술(IT) 업체에 취업했다. 그는 “취업이 어려워 88만 원 세대가 되어 버린 요즘 우리 젊은이들에게 생각만 바꾸면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수기를 썼다”고 밝혔다.
김 씨처럼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미래까지 변화시키는 젊은이가 늘어나려면 ‘88만 원 세대’의 허상부터 깨야 한다. ‘88만 원 세대’는 2007년 경제학자 우석훈 씨의 책 제목에서 나온 말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를 일컫는다. 이 용어는 일부 세력이 ‘4년제 대학 나와도 월급 100만 원이 안 된다’ ‘청년실업은 당연하고 잘해야 비정규직’이라며 젊은 세대의 불만을 증폭하기 위해 주로 사용해 왔다. 우 씨 역시 “토플 책을 내려놓고 짱돌을 들라”며 20대가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우 씨는 이 책에서 “20대 가운데 상위 5%만 한전이나 삼성, 5급 공무원 같은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95%는 비정규직의 삶을 살 것”이라며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 원에 20대의 평균임금 비율인 74%를 곱해 88만 원을 20대의 임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올해 1월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134만8000원이다. 20대 가운데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124만 원으로 집계됐다. ‘88만 원 세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김 씨처럼 국비로 직업훈련을 받으며 자격증을 따면 연봉 2000만 원이 넘는 괜찮은 직장에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다.
우리나라 20대의 운명이 평생 비정규직으로 고착될 리도 없다. 40, 50대 중에도 일자리가 없거나 20, 30대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저임금 문제가 세대 문제로 왜곡되거나 변질돼서는 곤란하다. 모든 국민이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을 개발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 제도를 갖추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독일과 덴마크처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청년 고용률이 떨어지지 않는 선진국일수록 실용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는 ‘배우는 복지(learn-fare)’로 가는 추세를 보인다.
젊은 세대가 스스로의 의식 변화와 노력 없이 정부가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 김 씨처럼 긍정적 마인드를 지닌 젊은이들이 충실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