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광명성 발사, 北 버릇 고칠 기회로

방형남 논설위원

집권 4개월에 접어든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국제사회의 대결이 다음 주 시작된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광명성 3호’ 발사를 강행하면 한반도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총선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비와 사후대책이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북한의 ‘광명성 위성’ 발사에는 일관된 노림수가 있다. 북한은 지도자에 대한 거국적 충성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을 때 위성을 동원한다. 1998년 8월 31일 첫 발사는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추대와 북한 정권 수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9년 4월 5일 쏘아올린 광명성 2호는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재추대 축하용이었다. 북한이 다음 주 발사할 광명성 3호는 김정은을 북한 주민 위에 높이 치켜세우고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불꽃놀이다.

김정은에게 보낸 정상들의 경고

김정일이 그랬듯 김정은도 발사장면을 지켜보며 ‘위대한 지도자’ 놀이를 즐길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대와 광명성 발사 이후 가중될 북한 주민의 고통은 그의 고려사항이 아니다. 북한은 1998년에 이미 발사체를 제외하고 발사장 건설 등에만 3억 달러가 든다고 실토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외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조선인민이 몇 해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헛소리를 했다.

북한은 그대로지만 북한 밖 세계는 크게 변했다. 이집트와 리비아의 독재자가 사라졌고 시리아의 세습 독재자도 곤경에 빠졌다. 미얀마 군부는 생각을 바꿔 민주화로 선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대국 정상들의 대북(對北) 인식이 크게 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외국어대 강연에서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했다. 우리 대통령은 왜 그런 연설을 하지 못하는지 부러울 정도였다. 오바마는 북한 지도부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의 도발과 핵무기 개발은 당신들이 원하는 안보를 달성하는 대신 오히려 그것을 해쳤다. 당신들이 원하는 존엄 대신 당신들은 더욱 고립됐다. 세계의 존경을 받는 대신 강력한 제재와 비난에 직면했다. 당신들은 현재 걷고 있는 길을 계속 갈 수 있지만 우리는 그 길이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다. 꿈은 더욱 철저히 깨지고, 더욱 고립되고, 북한 주민들이 누려야 할 존엄과 기회에서 더욱 멀어지는 길로 가는 것이다. 도발에는 보상이 없다. 그런 시대는 끝났다. 평화를 추구하고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용기를 갖기 바란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위성 발사보다 민생 발전에 노력하는 게 좋다. 이런 것을 북한에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은 로켓 발사 이전에 주민을 먼저 먹여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발에는 보상 없다”

이보다 유리한 국제 환경이 언제 만들어지겠는가.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대통령까지 동참한 북한 미사일 발사 반대 기류를 적극 활용해 김정은이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광명성 3호 발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결산은 실패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북-미 합의를 깨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북한의 행동을 “김정은 정권도 아버지 김정일 정권과 같이 미쳐 있고, 정권 생존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미친 정권과 맞서려면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한다. 북한이 끝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개성공단을 포함해 남겨놓은 제재카드를 총동원해 응징해야 한다. 광명성 3호 발사를 북한의 버릇을 고치는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면 김정은은 반드시 다음 도발 카드를 꺼낼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