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엉터리 통계로 바른 정책 어떻게 추진하나

  • 동아일보

고용노동부가 최근 내놓은 ‘2011∼2020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자료에는 230개 직업별 취업자 수 전망 표가 들어 있다. 예컨대 변호사 치과의사 상담전문가 수는 2020년에 2010년보다 5% 이상 늘어나지만 재단사 재봉사 간판제작설치원 수는 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처음 나온 이 자료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할 때 요긴하게 쓰이게 된다.

하지만 일부 잘못된 통계를 그대로 믿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고용부는 의사 수가 2010년 4만7000명에서 2020년 7만7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보건복지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 이미 8만2384명이 일하고 있었다. 유치원 교사 수도 2010년 6만1000명이었으며 2020년 6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2010년의 실제 수치는 3만6000명이었다. 오류가 확인된 20여 개 전문직 외에 나머지 직업에서도 잘못된 통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용부는 어제 “취업자 20여만 명을 표본으로 한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를 활용해 전망한 것으로 실제 취업자 수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일부 직업의 실제 취업자 수 통계를 표본조사 결과와 섞어 사용할 경우 통계의 정합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틀린 것을 알면서도 표본조사에만 의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본조사 통계는 자료가 갖는 한계 때문에 통계청도 세세한 것까지는 외부에 발표하지 않는다. 결국 고용부가 멋대로 통계를 산출해 오류가 발생한 셈이다.

정부의 엉터리 통계는 반복되고 있다. 통계청은 2006년 ‘저(低)출산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2018년부터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이후 연금 에너지 등 주요 정책은 물론이고 기업 장기 전략의 기초 자료로 사용됐다. 하지만 외국인 유입(流入) 등 다른 변수를 놓친 잘못된 예측이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말에야 총인구 감소가 2031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정정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그제 “지금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2018년까지가 최대 고비”라고 말해 실수를 한 것도 잘못된 통계를 인용한 결과다. 왜곡된 통계는 정부의 상황 판단과 정책 결정을 그르치게 만든다. 정부는 통계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 잘못된 통계를 걸러내고 시정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인력수급전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