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 재정위기, 정부와 국민에 기댈 생각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인천시가 소속 공무원들의 급여 일부를 체불했다가 하루 뒤에 지급했다. 인천시는 “일시적 유동성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1년 예산이 8조 원에 이르는 광역지자체가 20억 원이 없어 공무원 봉급을 하루 늦게 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올해 말 인천시의 예산 대비 부채율은 40%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비율이 40%를 넘으면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돼 정부의 예산 감독을 받게 된다. 기업으로 치면 워크아웃에 해당한다.

인천시는 선심성 전시성 사업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안상수 전 시장 시절에 리스크 관리를 무시한 개발사업이 잇달았다. 853억 원을 들인 ‘은하레일’은 부실 시공으로 운행도 못하고 철거될 운명이다. 1조 원 넘게 쏟아 부은 경제자유구역은 외자유치 실적이 미미하다. 5000억여 원이 투입되는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신축도 논란거리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을 고쳐 쓰면 540억여 원으로 막을 수 있었다. 대구시가 월드컵경기장을 손질해 여름 유니버시아드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뜰하게 치른 것과 대비된다.

많은 자치단체장이 세수(稅收)는 고려하지 않고 재선을 겨냥한 과시형 치적 쌓기에 매달리고 있다. 사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은 뒷전이다. 지자체는 예산이 바닥나면 당연한 듯 손을 벌리고 정부는 들끓는 지역 여론을 외면할 수 없어 ‘구제 예산’을 내준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부채 문제를 집중 공략해 당선됐다. 취임 후 부채 줄이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으나 빚은 계속 늘었다. 부동산 가격 폭락과 금융위기로 분양 및 세수가 감소한 사정도 있지만 외부 탓만 할 처지가 아니다. 실속 없는 사업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인천시 말고도 강원 태백시는 무리한 리조트 사업과 분양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군자지구 개발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부담이 크다. 가뜩이나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여파로 지자체들의 허리가 휠 판이다. 미국의 일부 주(州)는 재정난으로 경찰차에 넣을 기름값이 없어 순찰을 못 돌고, 교도소 유지비용을 줄이려고 죄수들을 조기 석방하는 지경이다. 재정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이 정부만 바라보며 자구 노력을 게을리하다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사설#지방자치단체#지방재정#지방재정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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