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하고 있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비리 혐의를 보면 기업인이 저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범죄를 모아 놓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산 해외 도피와 탈세, 리베이트 챙기기는 기본이었다. 1000억 원대의 회삿돈과 개인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역외 탈세와 인수합병(M&A)을 통한 이면계약으로 자녀들에게 주식을 불법으로 넘겨주고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선 회장은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 같은 외국의 조세 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워 놓고 회삿돈과 개인자금을 빼돌렸다. 그는 하이마트가 전국에 영업점을 내는 과정에서 납품중개업체 등으로부터 100억 원대의 미술품과 금품을 리베이트로 받았다. 이 모든 혐의는 법정에서 진상이 가려져야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보는 이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에 납품을 중개하는 위장계열사를 차려 이 회사의 수익금 등 수십억 원을 챙겼다. 자녀와 친인척 등을 하이마트와 협력회사에 유령직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급여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도 드러나고 있다. 선 회장의 딸이 타고 다닌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도 회사가 냈다. 회장 아들은 해외 파견근무처럼 꾸며 유학비용을 회사가 부담했다. 선 회장 자신이 갖고 있던 1000만 원짜리 그림을 회사에 8000만 원에 파는가 하면 심지어 딸이 그린 그림도 5000만 원에 회사가 매입했다.
대우전자 판매총괄본부장을 지낸 선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대우전자 국내영업 부문과 대우전자 제품을 국내에 총판하던 한국신용유통이 합쳐진 회사의 경영을 맡아 최대의 가전유통업체인 하이마트로 키웠다. 그러나 대우의 월급쟁이였던 그가 2조 원이 넘는 자산가치를 지닌 하이마트의 지분 17.37%를 포함한 거부(巨富)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미스터리다. 그런 그가 산업포장까지 받으며 성공한 기업인의 모델로 칭송을 받았으니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허술한 구석이 많다.
기업인 비리의 음습한 토양 위에서 반(反)기업 반시장 정서의 독버섯이 자란다. 전원책 자유기업원 원장은 “반기업 정서가 폭넓게 유포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반기업 정서를 더욱 부추기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기업의 투명성과 도덕성이 높아져 선 회장 같은 기업인이 발을 붙일 수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