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동용]여배우의 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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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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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에서 27일 열리는 제84회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 가운데 메릴 스트립(63)과 글렌 클로스(65)가 들어 있다. 영화 ‘철의 여인’에서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17차례 올라 2번 수상했다. 영화 ‘앨버트 놉스’에서 남장(男裝) 여인으로 나온 글렌 클로스도 아카데미상 후보에 6차례 오른 배우다. 글렌 클로스가 “사람들이 종종 나를 메릴 스트립으로 착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두 배우의 이미지가 비슷하다.

▷두 배우는 보톡스의 유혹을 거부하는 공통점도 있다. 얼마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온라인판은 ‘아이코노플래스트(iconoplasts)’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우상파괴자(iconoclasts)’라는 단어의 뒷부분을 성형수술(plastic surgery)을 뜻하는 ‘플래스트(plasts)’로 바꾸었다. 타임은 ‘피부를 당겨 펴거나 이마를 반반하게 만드는 유행을 거부하는 여성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한 신문은 메릴 스트립과 글렌 클로스가 대표적인 아이코노플래스트라고 했다. 그들의 평상시 사진을 보면 이마와 눈가, 입 주위 잔주름이 완연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문화산업계에서 확실한 위치를 점한 여성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70대였지만 얼굴은 50대 못지않았다. 인터뷰 뒤 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자가 빙긋이 웃어 달라고 주문하자 그는 왠지 힘들어했다. 사진기자가 한두 번 더 “입 꼬리를 좀 올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허사였다. 보톡스 때문임은 나중에야 짐작했다. TV나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런 당황스러움은 더하다. 웃어도, 울어도 얼굴 근육이 잘 움직이지 않는 중견 배우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보톡스가 주름살 제거용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공식승인을 받은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된다. 보톡스는 2003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그 말을 새로운 단어로 등재하며 풀이한 대로 ‘주름살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됐다. 그러나 주름살이 생기거나, 적어도 얼마간 패어 있어야 할 나이임에도 얼굴이 말끔한 배우들을 보는 게 흥겹지만은 않다. 30년 전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은 당시 76세, 74세였던 헨리 폰다와 캐서린 헵번이 받았다. 그들은 나이 든 모습대로 아름다웠다.

민동용 주말섹션 O2팀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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