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교육은 못 잡고 公교육만 후퇴시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규모가 20조1266억 원으로 2010년보다 3.6% 줄었다고 발표했다. ‘방과후학교’와 EBS 강의 참여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 감소로 정부가 추진해온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의 초중고 학생 수가 지난해 3.4%(24만9000명)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감소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원으로 2010년과 같다. ‘방과후학교’ 참여를 위해 학생들이 내야 하는 월 2만∼3만 원과 EBS 교재 비용은 아예 사교육비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3 학생은 EBS 교재 26권을 사야 하는데 한 권에 5000원씩만 쳐도 13만 원이 필요하다.

2009년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사교육과의 전쟁’을 내세우면서 심야 학원교습 금지를 발표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줄이기에 다걸기(올인)를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교과부는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의 신입생 선발 권한을 거의 박탈했다. 대학입시에서는 EBS-수학능력시험 70% 연계와 입학사정관 제도를 밀어붙였다. 수능시험 문제도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쉽게 내라고 닦달을 해 시험의 변별력을 떨어뜨렸다.

그 바람에 교실에서는 교사들이 EBS 프로그램이나 틀어주면서 공교육은 더 황폐해졌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교육을 통해 학교와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을 가볍게 해줌으로써 공교육을 후퇴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성을 주고, 학부모에게는 다양한 학교선택권을 부여해 공교육의 책무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지난 10년간 공교육 개혁에 50억 달러를 기부했던 미국의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관건은 교사”라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저소득층 중학생에 대한 대학생의 과외지도를 위해 해마다 3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뜻은 좋지만 그 돈을 공교육 강화를 위해 쓰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사교육에 밀리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기준으로 한 교원평가와 성과급의 연계가 필요하다. 교원평가의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올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눈치만 보다 법제화를 외면한 국회도 공교육 후퇴의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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