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앤마리 슬로터… 격동의 2011&2012]<7>오바마가 궁지에 몰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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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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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마리 슬로터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앤마리 슬로터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지에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 내 정치적 내홍 탓이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외교적 성과 덕분이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49%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경제정책 지지율 30%보다 크게 높다.

이런 수치가 보여주듯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전에서 대외정책을 부각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이나 5월 시카고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등이 그 예다. 물론 실업률 9% 등의 대내 이슈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도 미국 정치를 좌우하는 철칙을 알고 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대외정책의 성과는 오바마 대통령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국내 정책상 난국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메시지와 함께. 선거 전략과 관계없이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 보내는 유권자들의 지지는 합당하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로 그의 실패도 두드러져 보인다. 취임 직후 중동 평화 특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특사, 중동담당 특별보좌관을 임명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두 명은 중동 문제에 대한 시각차로 사임했고, 한 명은 아프간과 탈레반, 파키스탄 간의 평화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란과의 관계도 경색됐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 중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대외 문제들에서 성과를 거뒀다. 오사마 빈라덴 사살로 알카에다는 해체 위기다. 러시아와 새 핵감축 협정을 체결했고 화해 무드도 조성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우호협력 조약을 체결했고,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동아시아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중동을 휩쓴 민주화 혁명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30년 유대관계에도 이집트 정부에 시위대에 대한 폭력 자제를 촉구했다. 리비아 사태 때 패권주의가 아닌 방식으로 카다피 정권 교체를 지원했다. 시리아 유혈사태에 대해 유럽연합과 터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공조로 시리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소요 사태가 발생한 예멘의 안정을 위해 협력하고, 바레인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데 대한 책임도 묻고 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수단에서 분리 독립한 남수단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했다. 이란과 북한 문제는 난항을 겪고 있지만 미얀마와는 반세기 만에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상원은 아태지역 경제통합이 목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승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은 2009년 취임사에서 전달했던 메시지,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책임감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이 모든 국제 문제를 짊어질 수는 없다. 국제질서 역시 권리와 책임이 기반이다. 신흥 권력이 더 큰 목소리를 내려면 더 큰 책임을 져야 하고, 국제적 의무를 저버리는 국가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주요국 회의체를 주요 8개국(G8)에서 신흥국이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으로 확대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유럽 지분을 줄여 신흥경제국의 투표권을 확대시켰다. 인도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도 지지했다. 또 걸프협력회의, 아프리카연합, 동아시아정상회의 등 권역별 기구가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를 ‘후방작전’이라고 깎아내린다. 하지만 이는 군대를 앞세운 19세기 리더십에 기초한 비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어디서든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앤마리 슬로터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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