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석연 시민그룹’의 정치실험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범우파 진영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개약진하고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비롯한 28개 우파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석연 변호사를 범우파 시민후보로 추대했고, 한나라당은 후보 선출 절차를 독자적으로 밟기로 했다. 다음 달 6, 7일 후보등록 때까지 범우파 진영 안에서 후보단일화 논의가 예상된다. 범우파 정치세력들이 노선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한나라당이 자초한 일이다.

이 변호사 추대그룹의 대표를 맡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시대착오적이며 시대에 역행하는 야당과 무능하고 자폐증에 걸린 여당에 대한민국과 서울의 장래를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우파 시민단체들의 이석연 후보 추대는 한나라당이 진정한 보수우파 정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좌파 정당 따라하기에 급급한 행태에 제동을 걸려는 뜻도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수도 분할과 복지포퓰리즘을 막아내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한 것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에서 압승했음에도 집권 초반부터 좌파 진영의 광우병 선동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표류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법치(法治)를 바로 세우기는커녕 조직적이고 집요하게 반(反)대한민국을 선동하는 종북(從北) 좌파세력에 휘둘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한나라당은 세계 여러 나라가 재정위기로 고통 받는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그리고 우리의 재정 상태 역시 악화일로임에도 인기영합적인 무상복지 노선에 편승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보수우파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고 갈 곳이 있느냐는 식의 배짱으로, 지지층을 확대한답시고 심지어 민주노동당 흉내까지 냈다. 한나라당 사람들에게선 국가 정체성 확립, 그리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한 보수적 가치 수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행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적지 않은 보수우파 유권자들은 더는 한나라당의 볼모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지기에 이르렀다.

‘이석연 시민그룹’은 한나라당과 치열한 노선 경쟁을 벌여볼 만하다. 이석연그룹은 방향성이 불분명한 한나라당과 달리 국가와 국민의 궁극적 이익을 위해 어떤 가치를 보수(保守)하면서 동시에 어떤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기 바란다. 이들의 대안이 대한민국의 새롭고 바른 길을 제시한다면 좌·우파를 따질 것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한나라당은 ‘우파 분열’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선의의 경쟁을 한번 벌여보라. 이석연그룹의 정치실험이 새 물결을 일으킨다면 범우파 세력의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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