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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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추세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방해만 없다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 주자들에 대한 국민 선호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추세대로라면 그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너무도 뻔한 말을 한나라당 대표가 했으니 이런저런 추측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친박계의 도움으로 당 대표가 됐으니 '박근혜 대세론' 굳히기에 발 벗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합니다.

홍 대표는 다른 대선 주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에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도에서건, 내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당 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홍 대표는 "재정 파탄이 없으면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정치"라면서 "우파 포퓰리즘을 추진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홍 대표가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표현했다면 용어 선택이 잘못됐습니다.

포퓰리즘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고, 국가 재정 능력이나 수혜자의 소득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인기만을 노리고 무작정 퍼주기를 한다는 인상이 짙은 용어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파 포퓰리즘이든 좌파 포퓰리즘이든 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가뜩이나 포퓰리즘 성 주장과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 기대도 한껏 올라가 있습니다.

책임 있는 집권 여당 대표라면 무분별한 포퓰리즘에 경종을 울리고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할 텐데 오히려 앞장서 포퓰리즘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으니 적절한 처신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홍 대표는 직설적인 화법과 저돌적인 스타일 때문에 역동적이라는 호평과,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다는 악평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홍 대표는 이제 일개 '정치인 홍준표'가 아닙니다. 정부와 더불어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집권 여당의 선장입니다.

선장의 입은 선장다워야 합니다.

홍 대표가 계속 '정치인 홍준표'의 입에 머문다면 본인도, 한나라당도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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