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승렬]中공산당 90주년과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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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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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중국은 중국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다. 창당 90주년을 맞아 중국은 당과 정부의 선전기관 및 언론매체, 영화 등을 동원해 공산당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의 ‘홍색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중국 전역에 다시금 이념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되돌아보면 1921년 창당 이후 90년 역사는 중국공산당이 이념적으로 유연해지면 강해지고 경직되면 재앙이 온다는 교훈을 준다.

국공내전 과정에서 국민당과의 1, 2차 국공합작, 민족자산가와 지식인을 끌어안았던 신민주주의론, 덩샤오핑의 시장지향적 개혁, 중국공산당이 기업가도 포용하겠다는 장쩌민의 ‘3개 대표론’ 등은 모두 유연한 접근으로 성공한 사례다. 중국경제의 발전 원동력은 ‘실천으로 진리를 검증’하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데 열중했던 중국공산당의 실용성과 유연성이다. 반면 이념적 좌경화는 중국을 재앙에 빠지게 했다. 마오쩌둥의 정책 실패로 2000만 명 이상이 아사했던 대약진운동의 조급함, 이념적 잣대로 파괴와 혼란의 정치 광풍을 몰고 왔던 문화대혁명, 그리고 톈안먼 사태에 이르기까지 모두 중국 지도부의 좌파적 이념 경직성이 불러온 불행이었다.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 동안 연평균 10%의 초고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의 개혁 피로 현상은 심각하다. 농촌에서 도시로 무작정 진입한 2억 명에 이르는 농민공 중 상당수는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처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의 자녀 역시 저임금 업종의 기회만이 열려 있을 뿐 계층 상향 이동의 희망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 초기에 새로 열린 기회를 통해 부를 축적했던 관료와 기업의 결탁 구조는 더 이상의 개혁을 꺼리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이대로가 좋은 것이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의 이해관계 조율이 그대로 중국의 모습을 결정하는 형국이다. 견고한 이해관계를 깨 보자는 원자바오 총리의 ‘정치개혁’ 호소가 먹혀들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정치체제의 불균형이 야기하는 체제 스트레스는 중국의 대외정책이 공격적으로 바뀌는 배경 요인이다.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내세우는 ‘핵심 이익’의 범위가 확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만과 티베트는 물론이고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외교 안보 경제 분야 이슈가 모두 중국의 ‘핵심 이익’이므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안함 피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 것도 중국의 핵심이익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의 딜레마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좌경화 분위기를 읽은 북한은 당(黨) 대 당 외교를 부쩍 강조하고, 아직 이념적 색채가 강한 중국 동북지역 지방정부를 경협 파트너로 삼고 있다. 5월 김정일이 중국 남부 양저우까지 왕복 6000km에 이르는 ‘장정’ 모습을 보인 것도 중국의 개혁 모델을 배우기 위한 게 아니라 중국공산당 지도부와의 유대감을 과시하고 중국의 정치 분위기에 편승해 이익을 도모하려는 제스처다.

중국의 이념적 경직화와 팽창적 국가주의 외교는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정치적 도박의 유혹에 빠지게 했다. 또 전쟁의 폐허를 딛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한국을, 세습정권 유지를 위해 기아와 인권의 사각지대로 주민을 몰고 있는 북한정권과 같은 위치로 폄하해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중국의 독선도 야기했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고 중국을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려놓은 중국공산당의 90년 연륜은 중국이 직면한 개혁 피로와 체제 스트레스를 정치개혁으로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 대외적 힘의 분출과 ‘홍색 분위기’ 연출은 방법이 아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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