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정미]등록금 문제 풀려면 정부-대학-학생 조금씩 희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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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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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이정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정치권을 중심으로 촉발된 ‘반값 등록금’ 논쟁이 대학생들의 촛불시위로 이어지고 급기야 대학 재정에 대한 감사원의 사상 최대의 감사가 예정되는 등 대학 등록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려면 약 3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교 무상교육도 실시되지 못한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대학 등록금을 인하하는 보편적 복지정책 시행은 국가 재정 여건상 적절하지 않고, 필연적으로 추가 징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대학 등록금에 대한 교육주체별 역할 분담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려면 대학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는 정부의 대학 및 학생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가 급선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미국에 이어 비싼 이유는 사립대 비중이 85%에 이르지만 사립대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대학 수입의 약 9%에 불과하고 기부금 및 재단 전입금 수입은 극히 미미하여 대학 재원을 주로 등록금에 의존하면서 지난 10년간 매년 큰 폭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데 기인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2023년에는 입학정원 1600명 규모 대학 100개 이상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대학의 재정 지원 확대는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전제로 해야 하며, 대학 전체에 일괄적 지원이 아닌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우수 대학, 지역 산학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맞춤형 인재 양성 지방대학, 맞춤형 전문기술인력 양성 전문대학 등에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정부는 학생에 대한 재정 지원을 위해 소득계층에 따른 장학금 확대 및 학자금 대출 이자 인하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장학금 지원 대상을 점진적으로 소득 5분위까지 확대하되, 수혜자의 책무 확보를 위해 B학점 이상 성적자로 제한하고 장학금 액수는 소득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는 올해 금리를 4.9% 수준으로 결정했고 상환 기준소득도 작년보다 다소 높였으나 영국과 일본의 학자금 대출금리가 2∼3%인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이자율을 더 인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의 경우 무엇보다 재원의 다원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부금 유치와 정부 재정지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율과 그 재산의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 사립대 적립금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많은 만큼 적립금 재원과 그 용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 투명하게 운영하고, 궁극적으로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 및 학부모의 경우 대학 등록금 지불 책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도입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는 취업 후 소득 발생 시 대출금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등록금 상환 부담이 학부모에서 학생으로 이동한다. 학생은 고등교육 비용에 대한 지불 책임이 부모가 아닌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인식함으로써 대학 진학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대학 재학 기간 학업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졸업자의 3분의 2가 학자금 대출금이 있으며 평균 대출금은 약 2600만 원에 이른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가 정착하려면 정부는 상환 기준소득을 높이고 이자율을 더 내려 학생의 부담을 완화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 및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끝으로 대학 등록금 정책은 정치적인 목적하에 일시적 단편적으로 결정하기보다 국가의 국가재정 소요, 고등교육 경쟁력 목표, 대학 재정 실태 등에 관한 엄밀한 분석을 토대로 정부와 대학,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 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장기적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정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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