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한국계 주한 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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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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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고 공직을 주는 엽관제(spoils system)가 21세기 미국에 엄연히 존재한다. 엽관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공직이 대사 자리다.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유세를 위해 50만 달러를 모아준 캘리포니아 출신 변호사다. 씨티그룹 부회장을 지낸 루이스 서스먼 주영 미국대사는 민주당에 25만 달러를 기부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위해서 따로 5만 달러를 기부했다. 살로먼브러더스 애널리스트 출신의 찰스 리브킨 주프랑스 미국대사 역시 오바마를 위해 50만 달러 이상을 모아줬다.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골치만 아프지 돈 주고 살 정도로 좋은 자리는 아닌 모양이다. 1980년 이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사람들은 대부분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현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 이전의 알렉산더 버시바우, 크리스토퍼 힐, 토머스 허버드,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 등이 그렇다. 도널드 그레그와 제임스 릴리 대사는 중앙정보국(CIA) 출신이었고 리처드 워커 대사는 동아시아 전공 학자 출신이었다.

▷성 김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새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최초의 한국계 대사가 된다. 한국 이름이 김성용인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로스쿨을 나와 검사 생활을 하다 직업 외교관으로 변신했다. 한국인 여성과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주중 미국대사에 중국계 게리 로크 상무장관을 임명했다. 그 역시 최초의 중국계 대사로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계는 아직 주일 미국대사에 임명된 적이 없다.

▷김 내정자는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유창하고 우리 역사와 정서를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평화봉사단 활동을 한 스티븐스 대사도 한국어로 일상적인 대화는 했지만 토론이 깊어지면 통역을 이용한다. 한미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엄연히 미국 외교관이다. 미국이 중국에 더 이로운 일을 할 주중 미국대사를 임명할 리가 없듯이 한국에 더 이로운 일을 할 주한 미국대사를 임명할 리 없다. 김 내정자가 양국의 이익이 충돌할 때 한국을 도울 수 있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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