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에서 성남 분당을(乙)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49.1%로 3년 전 총선 때 분당 전체 투표율(45.2%)보다도 높았다. 유권자의 3분의 2를 차지한 40대 이하 청장년층이 투표율 상승을 이끌었다.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 투표한 이들은 ‘넥타이 부대’의 위력을 보여줬다. YTN 출구조사에 따르면 분당을의 연령별 민주당 지지율은 20대 58.2%, 30대 72.0%, 40대 68.6%였다. 손학규 후보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2.7%포인트에 불과했던 만큼 20∼40대의 선택이 승패를 가른 셈이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때마다 20∼40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몰려올까봐 겁부터 냈다. 이러고도 재집권을 꿈꾼다면 난센스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40대 이하는 63% 정도다. 이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어떻게 총선과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중노년층의 안정 희구심리나 바라면서 어찌어찌 살아남겠다고 한다면 중노년층마저 등을 돌릴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20∼40대를 포함한 모든 연령층 득표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압도한 17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3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수도권에서 40대 이하 유권자들이 이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태어나기 어려웠다.
20∼40대는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한 부모 세대보다 지역 연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경제적 이슈에는 시장경제적, 이기적 성향을 띠면서도 정치적 이슈에 대해선 변화 지향적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익숙한 이 세대는 ‘소통의 기동력’을 배경으로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나들며 변심을 거듭하는 특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각 분야의 젊은 세대와 마음을 통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했던가. 그 점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같은 야당들이 훨씬 현장 지향적이고 소통 지향적이었다고 우리는 느낀다.
국가와 국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켜야 할 가치와 덕목이 많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를 통해 국리민복을 증진하기 위한 보수(保守)는 매우 중요하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어째서 이런 근본적 가치를 화두로 삼아 젊은 세대와 적극 소통하며 공감을 넓혀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가.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에만 목을 매고, 친이(親李)니 친박(親朴)이니 하면서 당내 정치에 매몰돼 있으니 국민이 그런 정치집단을 고운 눈으로 바라볼 리 없다. 한나라당이 집권의 전리품이나 나눠 먹는 이익집단으로 국민 눈에 비친다면, 20∼40대 세대는 한나라당을 희망의 동반자가 아니라 청산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한 차례 화장(化粧)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회생하기 어렵다. 정신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무대에서 좀 사라져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이번 재·보선만 하더라도 강세(强勢)를 보인다던 사람들이 나가떨어졌다. 국민은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는 한없이 약하지만 선거에서는 힘을 합해 비수 같은 배반을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300석의 자민당이 100석으로 주저앉고 100석의 민주당이 300석의 거대정당이 된 전례가 한국에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