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상황이 일깨운 국가 리더십과 人事의 중요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에 대한 도쿄전력의 허술한 보고를 그대로 믿고 발표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번번이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원전 사고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일본 정부가 제대로 챙겼더라면 사태가 이만큼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과 국민의 불안감을 키운 것도 문제였다. 일본 정부는 원전 문제가 불거지고 닷새 뒤에야 사고대책 통합본부를 가동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13일 피해 현장 수색과 복구를 위해 자위대 10만 명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자위대에 식료품 수송명령이 하달된 것은 식료품 부족 사태가 부각된 16일이었다. 미국은 원전 사고 초기에 원자로 냉각기술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거절했다. 이 또한 원전의 위기 상황을 키운 단견(短見)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태 초기에 세계가 놀랄 만큼 차분히 대응했던 일본 국민이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에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일본 정부의 리더십 부재가 위기를 더욱 부추긴다며 리더십의 ‘진공상태’라고 지적했다. 명확하고 시의적절하며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 총리는 17일 행정능력이 있는 센고쿠 요시토 민주당 대표대행(전 관방장관)을 한 계급 낮은 관방차관에 부랴부랴 기용해 사태 수습에 나서도록 했다. 후지이 히로히사 관방차관은 고령에다 건강이 나빠 물러났다. 평소에 적재적소(適材適所) 인사를 하지 않으면 국가 비상사태 같은 특별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반드시 문제를 드러낸다.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에겐 자연 재난보다 더 심각한 북한 도발이라는 위기 요인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위기대응 리더십의 허점을 드러냈다. 내년의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국가적 재난과 안보 위기 상황에 확실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일은 국민의 책무다. 일본의 불안한 국가 리더십을 보며 이명박 정부와 우리 국민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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