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이익집단’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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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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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분당을(乙)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강재섭 전 대표를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 신경전이 치열하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강 전 대표에 대해 “당을 위해 공헌하시려면 좀 어려운 지역에 나가는 게 맞다”며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친박(친박근혜) 쪽도 그의 정치 복귀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반대하는 쪽은 겉으론 그의 ‘이미지’를 거론하지만 실은 5선(選) 전직 의원이 수도권에서 당선되면 자신들의 위상이 위협받을 것을 더 걱정하는 눈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앞장선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발의에는 한나라당에서 친박계 의원 52명 외에 친이(친이명박)계 43명과 중립계 19명도 동참했다. 이들이 모두 법 개정안을 꼼꼼히 검토하고, 국리민복과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는 의문이다. 같은 날 이재오 특임장관은 ‘박근혜 파워’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것은 국민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민은 ‘차기(次期)’를 놓고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에 온통 쏠려 있는 듯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문제를 놓고는 충청권과 비(非)충청권, 친박계와 친이계가 서로 으르렁거린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적 이해타산과 지역이기주의가 맞물려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도 마찬가지다. 같은 영남권 내에서도 후보지로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지역 의원과 부산 가덕도를 미는 부산지역 의원 간에 편이 갈려 있다. 한나라당은 사안과 각자의 이해(利害)에 따라 이편저편으로 찢기고 갈려 싸우는 이익집단이나 사업자단체 같은 형국이다.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 주인공 권 여사는 혼자 몸으로 억척스럽게 곰탕집을 운영해 번 돈을 모두 자식들에게 나눠준다. 그러나 자신이 납치됐다는 얘기를 듣고도 자식들이 제 잇속만 차리느라 관심조차 안 보이자 납치범들과 짜고 500억 원의 몸값을 받아낸다는 것이 줄거리다. 늦게나마 자식들을 정신 차리게 하려는 것이 권 여사의 진의(眞意)였다. 한나라당이 이 지경으로 계속 가면 권 여사의 자식들처럼 국민한테 ‘복수’를 당할 날이 올 것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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