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명호]오바마 힘의 비결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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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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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장면 #1,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이명박 대통령은 여야 의원과 방청객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여야 의원들은 섞여 앉았다. 박근혜 의원은 정동영 이재오 천정배 의원과 나란히 앉았고, 이회창 의원은 박지원 이정희 의원 사이에 앉았다. 물론 상상이다.

장면 #2, 이것은 현실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있었던 25일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과 함께 앉았다. 케리는 2004년 민주당, 매케인은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다. 리버먼도 지금은 무소속이지만 200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다.

미국에서도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여야 의원들이 섞어 앉지 않았다. ‘섞어 앉기’는 정치적 극한대립의 결과물로 나타난 ‘애리조나 총기난사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자성 표시다. 따라서 일부 의원은 새로운 방식에 당황했고, 국정연설 때 같은 정당 소속이라도 일부는 기립박수를 쳤지만 일부는 자제했다.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공화당 지도부와 함께 앉았지만 모든 의원이 섞어 앉진 않았다.

의원 모두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동의한 것도 아니다. 민주 공화 양당이 근본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을 예로 들면 양당 모두 ‘일정 부분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감세와 정부역할 대폭 축소’를, 민주당은 ‘작은 정부의 중심적 역할’을 지향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생각하는 건강보험 개혁도 양당 입장은 다르다. 석 달 전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공화당은 건강보험개혁법 폐지를 주장한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철회는 있을 수 없다”는 태도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오바마는 “나는 언제든지 잘못된 것을 고칠 준비가 돼 있다. 좋은 방안을 의회와 협력해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여야 의원 섞어 앉기와 기립박수가 정책 의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왔다. 그는 이것을 “공동책임”이라고 표현했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도 국정운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향후 2년간 정치적 공과에 대한 평가는 오바마와 민주당에 더 혹독할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바마는 국정연설에서 ‘미래 승리와 미국 혁신’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양당의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한 정책사안에 대해 얘기하는 것보다 미래 확신과 책임이라는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초당파적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의 국정연설은 ‘우(右) 클릭’이 아니다. 내용은 같지만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 점은 그의 작년 국정연설을 보면 확연하다. 지난해 오바마는 경제회복 프로그램의 장점을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과 건보개혁을 위한 관련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올해 오바마의 국정연설은 1994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후 빌 클린턴 대통령이 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클린턴은 국정연설에서 의회를 향해 ‘초당파’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대통령이다. 그 다음으로 초당파라는 단어를 많이 쓴 대통령은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로 불리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그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야 의회 지도자들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수시로 통화하고 여러 방식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통령은 의회를 설득했고 의원들과 공감대를 넓혔다. 우리나라 대통령과 국회도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면 좋겠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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