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法앞에 무너진 이광재 씨

  • 동아일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광재 씨가 지난해 봄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당선되더라도 임기 4년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세간의 우려가 높았다. 그럼에도 이 씨는 출마 의지를 접지 않았고 민주당은 그의 공천을 밀어붙였다. 그는 6·2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지사 직위만 유지하고 직무는 수행할 수 없었다. 그러자 이 씨는 확정판결 이전에 도지사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씨는 직무를 회복했지만 어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로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이 씨가 도지사 취임 6개월여, 직무를 수행한 지 4개월여 만에 물러남에 따라 강원도는 결국 보궐선거로 새 도지사를 선출하게 됐다. 국법이 선거 결과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법을 정치로 돌파하려 했던 이 씨와 그의 공천을 강행한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씨와 민주당은 강원도정의 혼란에도 책임이 크다.

이 씨는 시종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제 그런 주장도 통하지 않게 됐다. 이 씨 사건의 상고심 주심을 맡은 박시환 대법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대리인으로 참여했다가 이듬해 11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친노(親盧) 코드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박 대법관을 비롯한 대법관 4명이 모두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인정한 마당에 다시 결백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씨는 노 정권 시절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면서 안희정 현 충남도지사와 함께 ‘우(右)광재, 좌(左)희정’으로 불린 핵심 인사였다. 노 전 대통령과 친노 정치세력은 도덕성을 간판으로 내걸고 한나라당과 비판 언론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임기 5년이 끝나면서 ‘386 실세’들의 도덕성은 허상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씨와 함께 노 정권의 ‘386 사단’에 속했던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확정돼 어제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강원도는 4월 27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만 국민 세금 120여억 원이 든다. 재·보선의 귀책사유(歸責事由)를 따져 원인 제공자와 소속 정당이 선거 비용을 물도록 하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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