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가 北의 핵개발 저지할 강력한 수단 강구해야

  • 동아일보

김영춘 북한 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 해당)은 그제 “우리 혁명무력은 필요한 임의의 시각에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성전(聖戰)을 개시할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동족에 ‘핵 재앙’을 퍼붓겠다는 협박이다. 이러고도 ‘우리 민족끼리’를 떠드는 위선이 가증스럽다.

주변 강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낡은 호전적 술책”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핵 전문가는 “북한이 핵 기폭장치를 폭발시킬 능력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40kg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6, 7개의 핵무기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핵탄두는 1t 이하로 소형화 경량화해야 미사일에 실어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은 아직 이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발사할 능력이 있다 해도 미국이 요격하거나 발사 징후를 포착해 선제공격으로 제압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비핵화 약속을 지킬 가능성도 현재로는 없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는 북한이 확실한 핵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김정일의 핵개발 집착으로 보아 수년 안에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를 달성하고 자포자기의 광기(狂氣)로 ‘핵 모험’을 저지를 우려도 없지 않다.

북한의 핵 장난은 김정일-김정은 체제 유지가 일차적 목적이다. 북한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본 대만 한국도 핵무기 경쟁에 뛰어들어 동북아는 핵무기 각축장이 될 수 있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핵무기를 가질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해 ‘평화적 핵 이용권’ 운운하며 북핵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여서 걱정스럽다. 중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판이다.

양대 핵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 핵무기 수를 현재의 2200기에서 1550기로 줄이는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맺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 북의 핵개발은 세계적 흐름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제사회는 미 상원의 초당적인 START 비준을 계기로 더 늦기 전에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시킬 강력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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