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니컬러스 크리스토프]미국의 ‘현대판 노예’ 매춘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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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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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예’ 하면 미국인은 인도나 캄보디아의 문맹 소녀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난 얼마 전 미국의 심장부 ‘뉴욕 맨해튼’에서 3년간 강압적으로 윤락업소에서 일한 대학 졸업생을 인터뷰했다.

미국에서 매춘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여성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이런 서비스를 즐긴 남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유미(가명) 씨는 중국 동북부에서 자란 조선족이다. 대학 졸업 뒤 취직해 회계 업무에 종사했다. 하지만 항상 외국에서 살고픈 꿈이 있었다. 결국 그는 뉴욕에 가면 한 달에 5000달러는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한 여성 밀입국 알선업자를 만나 미국으로 왔다. 친척들은 그의 밀입국 수수료 5만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집까지 저당 잡혀줬다.

하지만 위조한 한국 여권으로 밀입국에 성공한 그를 기다린 건 윤락업소였다. “그들이 처음 ‘매춘’이란 말을 꺼냈을 때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대학까지 졸업한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냥 죽고 싶었습니다.”

윤락업주 4명은 그를 맨해튼 36번가에 있는 사무실로 데려갔다. 말을 듣지 않자 얼굴만 빼고 온몸을 구타했다. 얼굴에 상처가 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또 집단 강간하면서 이를 녹화했다.

“총을 겨눈 채 계속 거부하면 녹화 영상을 가족에게 보낼 거라고 했어요. 그럼 내가 몸을 망쳤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될 거라면서요. 게다가 담보 잡힌 집도 잃게 될 거라고요.”

결국 이 씨는 굴복했다. 이후 3년간 그는 거리에서 일하는 아시아 윤락녀가 됐다. 함께 일하는 약 20명 중 대부분이 그처럼 돈도 받지 못하면서 강압 상태에서 일했다.

그는 매춘 혐의로 체포된 적도 있었다. 경찰이 “억지로 끌려온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어야만 했다. 그는 “억지로 끌려왔다고 실토하면 분명히 동영상을 가족에게 보낼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게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비슷한 처지였던 윤락녀 친구가 한 변태 손님에게 학대당하다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화가 나 제정신이 아니었던 이 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자 업주들은 재빨리 사무실도 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동영상을 보내거나 집을 빼앗지도 않았다. 이 씨와 친구는 드디어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뉴욕의 한 비영리단체 ‘레스토어 NYC’에 몸을 의탁하게 됐다.

물론 이 씨의 말이 모두 진실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매춘을 강요당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외국인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 자랐지만 가출한 10대 청소년도 대상이 된다.

분명한 건 이런 강압적 매춘은 국가적 수치라는 점이다. 이번 달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에선 소말리아 여성 29명이 인신 매매 및 매춘 알선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 중엔 열두 살 소녀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없다. 하지만 경찰은 윤락녀보다는 윤락업소 이용자와 업주 단속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락녀는 현장에서 잘 걸려들지만 음지에 숨은 업주는 붙잡기 어렵다. 관계당국이 윤락녀보다 업주 체포에 힘을 기울이면 이런 문제는 점차 해결될 수 있다.

미국에서 노예해방 선언이 있은 지 거의 150년 가까이 된다. 이제 이 나라에서 노예제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야 할 때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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