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감 표명한다며 ‘인간 방패’ 운운하는 패륜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논평했다. 민간 거주지역까지 조준 사격해 놓고도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이란 가정법을 써서 억지 변명을 늘어놓은 것은 무차별 포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벗어나려는 의도임이 명백하다. 하루 전날에는 “괴뢰군(한국군 지칭) 포대를 정확히 명중 타격했다”며 포사격 능력을 한껏 자랑했던 그들이다.

북한의 유감 표명은 민간인 피해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거나 인도적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 결코 아니다. 연평도 포격의 전적인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기 위한 가증스러운 술책일 뿐이다. 유감(遺憾)은 ‘언짢게 여기는 마음’이라는 의미다. 사과의 말 중에서는 가장 미약한 표현이다. 남한 영토에 포탄을 퍼부어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를 내놓고 유감 운운하는 것은 사과할 뜻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은 “책임은 포(砲)진지 주변과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해 인간 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며 오히려 우리 쪽을 손가락질했다. 저들은 “적의 포탄들은 우리의 포진지에서 멀리 떨어진 민가 주변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날아왔다”며 남측이 비인도적이라고 역(逆)선전했다.

북한이 도발을 해놓고 ‘유감’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서 미군 장교 2명을 무참히 살해한 1976년 8·18 도끼만행 이후 처음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미친개는 몽둥이가 필요하다”고 강력 응징을 경고하자 김일성은 다음 날 유감을 표명했다. 그때도 한미 양국의 분노와 응징을 두려워한 나머지 임시변통으로 한 전술적 선택에 불과했다. 그 뒤로도 각종 도발과 테러를 자행한 저들의 행태가 그 증거다.

친북세력이 이번 김정일 집단의 유감 표명을 맹목적인 대화 촉구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도발을 정당화하고 우리 사회를 교란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지금 우리 TV로 생중계되는 연평도와 남한 사회의 동향을 샅샅이 지켜보면서 후속 심리전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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