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한금융, 책임은 지우되 낙하산은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6일 03시 00분


신한금융지주 최대 주주그룹인 재일교포 주주들이 신한금융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 등 3명의 동반퇴진을 요구했다. 지난달 9일 라 회장에게 사태의 조기수습을 맡겼던 재일교포 주주들이 한 달여 만에 사실상 이를 철회한 것이다. 신한금융 지분 17%를 보유한 재일교포 주주들은 외부인사가 아닌 내부인사로 새 경영진을 선임할 것을 신한금융 이사회에 촉구했다.

신한은행이 직전 행장인 신 사장을 9월 2일 검찰에 고소하면서 표면화한 신한금융 사태로 국내 3위 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은 큰 타격을 받았다. 신 사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신 사장의 직무는 정지됐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실명제를 위반하고 차명계좌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난 라 회장을 다음 달 초 중징계할 예정이다. 라 회장과 함께 신 사장 고소를 주도한 이 행장도 상당한 내상(內傷)을 입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은행 신한카드 제주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한금융 주식은 재일교포 주주 지분과 4.8%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뺀 약 78%가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에게 분산돼 있다. 신한금융의 모체인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교포의 투자를 기반으로 설립돼 정부의 간섭을 덜 받는 건실한 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확실한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에서 라 회장과 신 사장 등 소수 전문경영인이 ‘장기 집권’하면서 은행 경영권을 사실상 사유화했고 내부통제는 실종됐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주인 없는 은행’의 경영자 전횡을 어떻게 막을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불법 혐의가 불거지면서 신뢰가 추락한 라 회장과 신 사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계속 지킨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행장도 라 회장과 한 축이었다는 점에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스럽지 못하다. 법적, 도덕적으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확실히 책임을 져야 한다. 사태의 조기 수습이 바람직하지만 일시적 혼란이 있다고 썩은 환부(患部)를 도려내는 것을 주저할 수는 없다.

국내 은행들의 지배구조 문제는 개선하되 정부가 관치(官治)금융의 유혹에 빠지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신한금융 경영 공백을 틈타 금융당국이 후임 경영진 선임에서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관치 낙하산은 신한금융 사태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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