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투장비 무더기 불량, 국방장관까지 책임 물어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10 03:00수정 2010-09-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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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주력포인 K-9 자주포 38문의 엔진에 구멍이 뚫렸다. 전용 부동액 대신 값싼 제품을 사용한 것이 원인이다. 2007년 이후 엔진에 구멍이 난 자주포만도 23문이었다. 군이 부동액 구매 예산을 줄이려고 공개경쟁 입찰로 일반 부동액을 사용한 것은 전투력이 생명인 무기 관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6일에는 육군 주력전차인 K1 전차가 사격훈련을 하다 포신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7월에는 도하훈련 중이던 최신예 K-21 보병전투장갑차가 배수펌프 미작동으로 물에 가라앉는 바람에 교관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국방부가 8년간 연구 끝에 개발했다는 신형 전투화는 물이 새는 불량품이었다. 차세대 한국형 전차라는 K2 흑표전차는 시험평가 도중 멈춰 섰고, 재평가 때는 엔진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런 불량 장비로 어떻게 적과 전투를 할 수 있는가.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으로 올해보다 7% 증액한 31조6000억 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군의 전투장비에 줄줄이 구멍이 뚫려서야 국방부의 예산증액 요구는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해마다 수조 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전력증강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감사원은 2002년에 국방부가 K-9 신형 자주포 등 10여 건의 군 장비와 부품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가계산을 잘못해 21억 원 이상을 낭비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에도 K-9 자주포의 부품원가가 과다 산정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불량 군수품은 장병의 생명을 위협하고 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내부의 적이다. 지금까지 군은 무기를 비롯한 군수물자와 관련해 사고가 발생하면 쉬쉬하며 책임을 제대로 물은 적이 없다. 군은 이제라도 군납품 계약과 검수 과정에 방위산업체와 무기 중개상, 군 내부 인사가 결탁한 군납비리와 부패가 없었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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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지키는 무기를 고철덩어리로 만들어버린 책임소재를 모든 단계에 걸쳐 철저히 가려 관계자들을 엄벌하고 불투명한 군수품 납품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일대 수술을 단행할 때다. 전투장비의 무더기 불량 사태를 바로잡지 못하면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대대적인 특감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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