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과 원칙이 특권과 반칙 이겨야 ‘공정한 사회’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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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가 특별채용 공모에 지원한 유명환 장관의 딸을 합격시키려고 맞춤형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어제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확인됐다. 외교부는 석사학위에 외교부 근무 경력과 텝스 시험성적만 있는 유 장관 딸에게 유리하도록 응모기준을 멋대로 바꿨다. 자유무역협정(FTA) 담당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업무연관성이 높은 변호사 자격은 응시 요건에서 제외했다. 채점 기준도 모호해 5명 심사위원 중 외교부 직원 2명이 준 점수가 2등과 1등의 순위를 바꾸었다. 국제적 업무능력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사람을 찾았어야 하는데 과거 봉건시대의 음서(蔭敍) 같은 특채 쇼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황당한 특채는 외교부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6·2지방선거 이후 지자체장들의 무리한 ‘사람 심기’ 수단으로 특채가 이용되지 않나 의구심이 있다”며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의 인사 비리까지 특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거 공신의 자제를 특채하거나 돈을 받고 기능직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이번 기회에 감사원이 현미경을 들이대고 지자체의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은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공기업에서도 이 같은 구조적인 채용비리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토지주택공사의 경우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노사모 회원이 대거 특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법관 출신인 김 감사원장이 “법과 원칙을 확립해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말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법과 원칙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법과 원칙이 특권과 반칙을 이기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다. 김 감사원장은 공정한 사회의 세 요소로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경쟁해 승패를 가리며, 낙오했거나 경쟁에 참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던 사람들을 국가 사회가 배려하는 것’을 꼽았다. 외교부의 특채는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승패를 가리지도 않았다. 김 감사원장이 제시한 세 요소 중 두 요소가 특권과 반칙에 의해 허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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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가 과거의 타성에 젖은 채 국민에게만 ‘공정한 사회’를 요구한다면 1980년대의 ‘정의사회 구현’처럼 공허한 구호로 끝날 우려가 크다. 공직사회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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