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인철]미래교육 포기하는 후보난립

  • 동아일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위원장이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 또 돗자리를 깔고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올해 창립 21년을 맞은 전교조는 정부와 대립하다 궁지에 몰리면 위원장이 청사 후문에서 단식 농성하는 것이 일상화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정 위원장이 농성을 하는 이유는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낸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조합원 134명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요청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란다. 그는 “전교조에 가입하려면 목을 내놓아야 한다는 경고이다. 정권을 반대하려면 교사직을 걸어야 한다는 선전포고이자 대국민 계엄선포”라며 선거용 징계라고 비판했다. 교과부는 일단 조합원 134명을 여름방학 때 직위 해제해 2학기에는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아무 죄 없는 교사들을 처벌하려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그들은 국가공무원법 등에 금지된 정당 가입과 후원금 지원 등 불법 정치활동을 해온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문제는 이들이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법 위반 여부는 슬그머니 넘어가려 한다는 점이다. “단돈 2만 원을 후원했다고 교사의 목을 자르느냐” “공소시효 2년이 넘어 징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법 위반인 줄 몰랐다”고 변명이라도 하기는커녕 전교조 지침에 따라 조직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했다. 지난해에는 집단 시국선언으로 18명이 해임되고 40명이 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다. 정치활동, 시국선언에 모두 걸린 교사도 많다. 시국선언 교사 재판은 1심에서 7 대 2로 유죄가 많았고 최근 대전지법 항소심은 1심에서도 2건이 유죄를 받았다. 전교조는 여당에 후원금을 낸 교원들은 왜 수사하지 않느냐고 한다. 사실이라면 검찰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

6·2지방선거가 끝나도 일선 교육현장은 혼란을 겪을 것 같다. 현재 시도교육감 중에는 전교조 지지를 내세운 후보가 여럿 있고 일부는 당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불법 정치활동 교사에 대한 징계에 미온적일 것이고 교과부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경기교육감인 김상곤 후보가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미루다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이 그 사례에 속한다.

지방선거에선 교육감과 시도교육의원도 뽑지만 시도지사 등 정치인 선거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후보 난립은 유권자들을 정말 짜증나게 한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한 자릿수 지지율의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저마다 최고의 교육감이라고 자처한다. 서울의 경우 이원희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6명의 보수 후보가 난립 중이다. 반면 진보진영은 김상곤 후보와 연대한 곽노현 후보가 ‘교육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로또 후보들의 분열로 전교조에 교육감을 갖다 바친다”고 걱정하고 있다.

교육감과 교육의원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홍보도 안 되고 유권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서울의 한 교육의원 후보는 “나를 알릴 방법이 없어요. 골목길에서 유세를 해도 명함을 돌려도 효과가 없어요. 솔직히 돈 쓰고 싶은 생각도 없다. 운 좋으면 당선되는 거죠”라고 털어놨다. 시도지사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미래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 교육의원 후보만큼은 꼼꼼히 따져보고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한다.

이인철 사회부장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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