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가 먼저냐, ‘선거 장사’가 먼저냐

  • 동아일보

천안함 국제 민군(民軍) 합동조사단이 침몰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오늘, 6·2지방선거가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이를 두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정부 여당이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발표는 조사단 구성, 함미와 함수의 인양, 증거의 수거 및 분석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천안함 침몰 55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원인 규명과 증거 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바다 밑을 뒤지다가 지난주에야 결정적인 증거인 어뢰의 프로펠러를 찾아냈다.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중대한 안보 문제 처리를 마냥 늦출 수도 없다.

천안함 사태는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하다. 우리 영해에서, 우리 군함이 북의 어뢰에 격침되고 장병 46명이 희생된 것은 중대한 국가적 안보 위기상황이다. 안보가 무너지면 국가도, 민주주의도, 정치도, 정당도, 선거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미국의 정치권은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협력한다. 미국 상원은 이달 13일 자국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른바 ‘천안함 결의안’을 여야가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국 정부도 천안함 사태를 ‘동맹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이자 ‘동맹국에 대한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 정치권은 중대한 안보 문제를 눈앞에 놓고서 여야로 갈려 입씨름하기에 바쁘다. 국회에서는 결의안 하나 채택하지 않았다.

야권은 선거에 몰두하느라 국가안보는 아예 잊어버린 듯하다. 천안함 사태를 저지른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윽박지르는 듯한 행태마저 보인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북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이명박 정권의 안보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동영 의원은 “북의 소행이라면 대북 증오정책에 맞선 (북의) 보복심리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대표는 “베일 속에서 조사한 천안함의 진상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북한 감싸기는 도리어 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가 안보 앞에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거나 ‘선거 장사’의 밑천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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