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안덕근]한중 FTA 전에 살펴야 할 3국 FTA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9일 03시 00분


美日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준-협상 전략 큰틀에서 점검을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검토하라고 언급하면서 연내 협상이 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고 있다. 한중 교역액이 미국과 일본과의 교역을 합한 수치보다 많아지면서 중국 중독증이라는 표현을 낳을 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은 한국에 절체절명의 기회이자 위기다.

중국과의 FTA 체결에 대해서 대부분의 기대는 낮은 수준의 경제자유화 합의를 통해 국내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는 공고히 하는 방안이다. 이런 식의 합의는 양국의 협상부담을 줄여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문제를 다루는 데 절실한 중국과의 전략적 유대를 조속히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중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한미 FTA 비준 문제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대대적인 통상마찰을 겪으면서 대안으로 한국과의 FTA에 더욱 관심을 보인다. 더욱이 조만간 타결될 대만과의 FTA를 감안하면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배제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대만과 한국까지 아우르는 경제협력체를 구성하여 중국은 향후 대일본 경제관계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국내 산업계의 다소간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로 하여금 통 큰 협상을 주도하여 FTA를 조기에 타결케 할 개연성이 크다. 만약 올해 안에 협상을 공식적으로 개시하는 경우 이르면 2012년 상반기까지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문제는 한미 FTA가 그때까지도 비준이 완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한중 FTA를 비준할 수도, 그렇다고 한미 FTA가 비준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는 난처한 상황을 맞는다. 한중 FTA를 우선 비준하는 경우 한미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 미중 간에 경제 안보 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는 긴장 관계 속에서 미국과 선결한 FTA를 두고 중국과의 FTA를 선택하는 일은 누구의 과실이냐를 떠나 한미 간 동맹관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중 FTA 협상을 본격화하기 전에 한미 FTA 비준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은 한일 FTA 문제다. 중국과 FTA 협상을 개시하면 일본과의 FTA 협상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말뿐인 한중일 FTA는 차치하고라도 농산물 수입 문제로 일본이 한국을 등지기에는 정치경제적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국 간의 FTA 협상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중 교역관계와 한일 교역관계는 많은 부분 정반대로 나타나므로 한중 FTA 협상과 한일 FTA 협상의 내용 조율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FTA 협상에서 중국과는 농산물 수입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나 일본과는 농산물 수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최종 소비재시장 개방이 관건이나 일본 소비재상품의 국내 시장 진입은 걱정거리다. 일본에 대해서는 국내 노동자의 진출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나 중국에 대해서는 노동자 유입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상반된 이해관계는 한중 FTA 협상에서 낮은 수준의 시장자유화 합의가 용이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한중 FTA 협상전략은 반드시 한일 FTA 협상을 감안하고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만 문제다. 대만은 현재 중국 때문에 FTA 경기장에서 완전히 제외돼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대만과의 FTA 체결을 꺼리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산업 부문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이 공격적인 FTA 정책을 펼치면서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최대의 피해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중국과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하면 이런 상황에 큰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중국은 첨예한 외교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2002년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승인했다. 조만간 중국이 대만과 FTA를 체결하고 대만의 독자적인 FTA 정책에 유연한 태도를 취하면 우리 산업계는 다시금 대만 업체와의 경쟁 및 협력관계를 재고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중 FTA의 다음 단계는 한-대만 FTA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08년 6월 이후 중단된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의 사전검토 작업이 2년 만인 올 상반기에 완료되면 조만간 공식적인 협상 개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FTA 협상의 경험에서 보듯이 한 번 중단된 협상을 재개하는 일은 새로이 협상을 출범하기보다 어렵다. 한국의 통상정책에 또 다른 획을 긋게 될 한중 FTA의 개시에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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