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영식]EBS 수능강의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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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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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총액은 21조6000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3.4% 증가했다. 이러한 사교육비는 도시지역일수록, 어머니의 학력이 높을수록,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늘어나고 있어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와 이른바 학력 대물림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10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올해부터 EBS 수능강의 내용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70% 이상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하다. EBS 강의의 수능 반영률을 높이면 사교육에 대한 기대심리가 EBS 수능강의로 옮겨져 사교육비가 감소할 것이다. 실제로 2004년부터 시작된 EBS 수능강의는 매년 3000억 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EBS 수능강의를 통해 사교육비 억제효과를 지속하고, 더 나아가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유사한 수준의 강의를 통합해 EBS 수능강의의 실제 시험에 대한 반영률을 현실화해야 한다. 그동안 EBS는 EBS 강의의 수능 연계율이 30∼60% 된다고 밝혀 왔지만 학생들에게는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일부 과목의 경우 수십 편의 EBS 강의가 존재한다. 이러한 강의를 학생이 모두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 오히려 EBS 강의를 요약해 주는 사교육을 찾게 만들었다. 따라서 유사한 수준의 강의를 통합해 과목당 강의 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 이러한 강의 통합은 EBS 교재비를 줄임으로써 직접적으로 교육비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EBS 수능교재의 집필진이나 강사진을 수능 검토위원뿐만 아니라 출제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수능 모의고사에서부터라도 이런 제도를 시범 운영하여 강사진의 자질을 검증하고, 검증된 인력을 수능 검토위원이나 출제위원으로 대거 참여시킨다면 EBS 수능강의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셋째, 학교는 기본형 강의를, EBS는 보충·심화형 강의를 제공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최상위권 및 최하위권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평균 수준의 학습 내용으로는 각종 시험을 대비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느낀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평균 수준의 기본형 강의는 학교에 맡기고, 최상위 수준과 최하위 수준의 보충·심화형 강의만을 EBS가 제공해 평균 수준의 학교교육에 불만을 갖는 학생들의 수요를 만족시켜야 한다. 또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EBS 강의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강의 내용을 학습 제재별로 쪼개어 제공한다면 학교교육을 내실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끝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학습설계사를 배치해야 한다. EBS 수능강의와 같은 ‘e러닝’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우수하다고는 하지만 혈기 왕성한 시기에 오랜 기간 혼자서 공부하기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많은 학생이 수강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EBS 수능강의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진도를 관리하고, 학습을 도와줄 학습설계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며, 학생들에게 일정 금액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강의를 성실하게 이수한 학생에게는 수강료를 돌려줘 교육비 부담을 최소화하거나 성실한 수강을 유도할 수 있다. 엄격한 인증절차를 거쳐 강의 이수 내용을 학교수업의 일부로 인정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정영식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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