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그제 “남북 정상회담이 설령 정략적이고 선거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6·2지방선거 이전이라도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제자리로 돌릴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언뜻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략’이니 ‘선거’니 하는 사족(蛇足)을 붙인 것을 보면 조만간 있을지도 모를 남북 정상회담의 성격을 그런 식으로 낙인찍어 ‘김 빼기’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궁금하다.
사실 과거 민주당 정권이 성사시킨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야말로 정략적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 1차 정상회담은 2000년 4월 13일의 16대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표된 뒤 그해 6월 이뤄졌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2차 정상회담은 17대 대통령선거를 4개월여 앞둔 8월 8일 발표됐고, 실제 회담은 대선을 불과 두 달 보름 정도 앞두고 열렸다. 두 회담 모두 극비리에 추진됐고, 1차 회담 때에는 4억5000만 달러의 뒷돈이 북에 제공되기도 했다.
우리는 두 차례의 경험을 통해 아무리 성사가 힘든 남북 정상회담이라 하더라도 추진 과정이 정당해야 하고, 결과 또한 실질적인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단순한 이벤트성 만남이나 정략적 의도가 개입된 정상회담은 더 있어서도 안 되지만,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없다. 민주당은 지난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과대평가하면서 말끝마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탄냈다’고 주장하지만 터무니없다. 오히려 정략적 의도를 갖고 구걸하다시피 성사시킨 과거의 정상회담이 ‘햇볕정책’이란 미명하에 대북 퍼주기를 공식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의 핵 개발을 돕고, 북의 콧대를 높여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저해했다.
민주당의 의도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3년 전, 1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정 대표의 발언에는 그런 속셈까지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고, 남북 간 공존 공생과 화해 협력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정상회담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회담은 굳이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은 그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개탄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와는 다른 자세다. 하지만 민주당은 북한인권 전담기구의 설치와 북한인권단체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법안의 국회 처리에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왜곡된 남북관계를 바로잡으려면 민주당부터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