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마음의 벽을 허물고 싶을 때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A-Ω (D-5) 오현철, 그림 제공 포털아트
A-Ω (D-5) 오현철, 그림 제공 포털아트
어느 날 사석에서 아주 특이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겉모습이 지극히 평범해 보여 뭔가 남다른 개성을 지녔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온화하고 인자한 표정만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포근하게 감싸 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느낌을 전달하자 그는 사람의 표정이 마음의 창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은 마음으로 주변사람을 포근하게 감싼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좌중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습니다.

그는 세상 만물과 교감하며 인생을 산다고 말했습니다. 아침에 산책을 하며 나무하고도 말하고 풀하고도 교감하고 까치나 참새하고도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때는 돌이나 물하고도 교감하고 구름이나 바람과도 대화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말을 듣고 정신이 이상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은 그런 걸 전혀 괘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만물과의 교감과 소통이 설령 실제적이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닫힌 삶이 아니라 열린 삶을 살고자 하는 자신의 무경계의식에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의 말에 대해 곰곰 생각했습니다. 그가 말한 열린 삶, 나무와 풀과 까치와 참새와 교감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삶에 대해 생각하자 무궁무진한 영감이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막혔던 뭔가 시원스레 뚫리며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는 듯했습니다. 돌이나 물, 구름이나 바람과 교감하고 대화를 나누는 우주적인 삶의 자세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나는 비로소 그가 말하는 바, 세상 만물과의 교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네 삶의 태도가 너무 경직되고 배타적이라는 걸 역설적으로 일깨우는 말이었습니다. 세상 만물과 실제로 교감하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자세만으로도 그는 이미 열린 삶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좌중의 사람을 마음으로 감싸 안는다고 그는 온화하고 인자한 표정으로 말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안에 갇힌 채 세상을 살아갑니다. 자기 안에 갇히면 나 이외의 모든 것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고 경계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에워싼 세상과 교감하지 못하고 또한 대화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갇힌 채 나 이외의 모든 것을 무시하거나 간과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마음의 장벽을 높인 채 무엇과도 교류하지 않고 또한 교감하지 못하는 삶은 수형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나를 열고 나의 벽을 허물면 무한 우주를 살 수 있는데 무엇이 못 미더워 그토록 자신을 가두고 싶어 할까요.

어느 날 문득 마음을 열고 싶을 때 조용히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나무나 풀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가슴을 열고 다른 무엇인가와 교감하고 대화하는 순간, 나를 가둔 장벽은 허물어지고 무한우주가 시작됩니다. 나무와 풀, 구름과 바람, 까치와 참새, 돌과 물로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

작가 박상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