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日‘일하는 정부’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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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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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를 실현한 일본 민주당 정부가 출범 1개월을 갓 넘겼다. 출범 직후임에도 민주당 정권은 국정의 많은 분야에 걸쳐 일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자민당 정권이 수십 년 동안 수천억 엔을 들여 진행해온 대형 국책사업 얀바댐을 비롯한 48곳의 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정권과 관료, 재계의 이권 담합의 결과로 태어난 사업인 만큼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투입할 수 없다는 논리다. 최근엔 나리타 공항 대신 하네다 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겠다는 뜻도 밝혔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대등한 미일관계’ 공약 또한 미일동맹에 미치는 영향을 조심스럽게 재는 가운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활동 중단 방침을 최근 미국에 공식 전달했다. 주일미군 재편 문제도 정부가 수정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50여 년 동안 정책결정 주체로 군림해온 관료사회에 대한 개혁은 거침이 없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관료는 이를 집행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민주당 정부는 완강하다.

시간이 걸리는 정책에 대해선 일정표를 제시했다. 대표 공약인 아동수당에 대해선 내년 초 정기국회에 법안을 발의해 6월부터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부여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정기국회에 법안을 내겠다고 했다.

민주당 정부의 지난 한 달은 ‘소신있게 일하는 정부’ ‘투명하게 일하는 정부’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정권을 잡고 공약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정부가 결정한 국책사업을 새 정부가 계승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선 얀바댐과 세종시 건설 문제가 비슷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도 분명히 세종시에 대한 ‘본심’이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이다. 집권 1년 8개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때는 정부가 표방한 ‘법치주의 소신’이 실종됐다. ‘일하는 정부’ ‘법치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정부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표와 여론이 두려운 것은 일본 정부나 한국 정부나 마찬가지겠지만 일하는 방식은 다르게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다.

윤종구 도쿄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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