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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3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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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서민주택 실패에서 교훈을
경제 문제인 부동산 대책을 이념적 시각에서 접근했으나 의욕만 앞섰고 미숙했다. 정책 오류도 많았다. 초기에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만들어 ‘세금폭탄’으로 수요를 억제하려다가 실패했다. 나중에 신도시 개발 등 공급 확대로 방향을 바꾸었으나 이미 때는 늦어 그때 지은 신도시 아파트들이 지금 미분양 상태로 쌓여 건설회사들만 쓰러뜨리고 있다.
그렇다고 정책이 모두 엉망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9월 당시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10년 동안 장기 임대주택 150만 채를 건설하겠다는 ‘서민 주거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장기 임대주택의 건설은 획기적인 것이었고 계획대로 건설되었더라면 전세난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 임대주택 건설은 당초 목표에서 빗나갔다. 장관이 바뀌고 다그치고 챙기는 사람이 없자 시들해졌다. 100만 채를 짓겠다던 30년 장기 임대주택은 현재 전체 물량이 10만 채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주택 가운데 장기 임대주택의 비율을 15%로 높이고 새로운 주거 임대 문화를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도 흐지부지됐다.
6년 전 서민 주거안정대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이명박 정부가 지난달 27일 새로운 ‘서민 주거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나온 대책이다. 과연 서민들이 약속대로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복안이 과연 있는 건가.
서민용 임대주택 건설이 차질을 빚은 것은 값싸고 교통 좋은 양질의 땅과 건설자금을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임대로 살 집을 땅값 싼 교외에 짓자니 수요가 없고, 교통 좋은 곳은 땅값이 비싸 지을 수가 없었다. 그린벨트 땅을 잘 수용하면 토지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종호 교수는 “그래도 땅이 모자라면 빈 파출소 동사무소 건물이라도 활용하면 된다”며 사회주택(social housing)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건설자금이다.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공사 자금을 반반씩 모아 건설자금을 대기로 했으나 턱없이 모자랐다. 주택 건설보다는 도로 건설이 우선이었다. 앞으로 주택보다 도로 건설이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예산이 우선 배정된다면 서민 주거안정대책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을까.
반값 아파트 집착 말고 공급 늘려야
이번 서민 주거안정대책은 분양가를 대폭 낮춘 반값 아파트 공급이 특징이다. 반값 아파트는 1992년 대선 때 고 정주영 후보가 내걸었던 공약이다.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중에는 분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이 더 클 수도 있다. 반값 아파트를 지으려면 예산이 더 들어간다. 그만큼 건설 물량이 줄어들고 분양받은 사람들은 더 적게 된다.
반값으로 소유권을 모두 주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어긋나고 사회정책의 기본에도 맞지 않는다. 로또 복권식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분양 가격을 다소 올리더라도 분양 이익을 회수해 주택 건설에 활용해야 주택 공급을 더 늘릴 수 있다.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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