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왜 이리 비틀거리나

  • 입력 2009년 9월 3일 03시 54분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일본 민주당의 중의원 선거 압승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30개월 후 틀림없이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똑같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감한다”고 말했다. 제1야당이 집권의 희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을 다녀온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분석을 들어보면 정 대표가 이웃 일본에서 당명(黨名)이 같은 정당이 집권했다고 흥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김 의원은 1일 “일본 민주당의 압승은 이념에 빠지지 않고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내건 생활정치(生活政治) 전략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은 올해 두 차례의 서거정국과 미디어관계법 반대운동을 통해 이념·반정부투쟁에 집중했지만 재집권하려면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그는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대안 없이 민주당만 비판하는 네거티브 선거로 일관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의원의 분석과 작금의 정치행태로 볼 때 한국의 민주당은 일본의 민주당보다 오히려 자민당에 가까운 듯하다.

진보적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1일 국회 강연에서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두 전직 대통령의 정통 계승을 말하지만 앞선 정부의 잘잘못을 냉정히 평가하고 이후 선거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30개월 후의 재집권을 거론하기 전에 20개월 전의 대선, 16개월 전의 총선 패인(敗因)부터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내 논란을 보고 있자면 21세기 민주정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민주당은 김효석 의원 같은 일부 의원의 자성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주행 정치’에 빠져 있다. 민생정치를 말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의회정치는 스스로 짓밟는다. 정기국회 첫날인 1일 피켓시위와 집단퇴장으로 국회를 등지고, 의사일정 협의마저 거부하고 있다. 과거 자신들이 주장했던 개헌과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 논의도 정부 여당이 주도하자 ‘정략적’이라며 거부한다. 5월 자신들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탈(脫)이념 중도실용의 ‘뉴민주당 플랜 초안’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렸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회를 이념투쟁의 장(場)으로 만들려 한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1일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찾아가 MBC 현 경영진을 해임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월권행위까지 했다. 국민은 사회통합을 바라는데 민주당은 정치갈등을 양산하기 바쁘다. 이런 모습으로 30개월 뒤 재집권할 것이라고 큰소리치면 코미디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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