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윤배]대학개혁, 자율권 늘리되 M&A 활발하게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1분


현재 4년제 대학은 200개가 넘고 고교 졸업생 중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이런 까닭에 대학 진학률과 이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교육 및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8년도 세계 경쟁력 연차 보고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교육의 경제사회요구부합도’에서 우리나라는 55개 대상국 중 53위로 최하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고등교육 이수율’은 55개 대상국 중 4위를 차지해 최상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학 졸업자는 넘쳐 나지만 대학교육의 질은 사회가 요구하는 정도에 크게 못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07년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에 우리나라 대학은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 다만 영국의 더 타임스와 다국적 컨설팅업체 QS가 발표한 세계 100대 대학에 이웃 일본은 도쿄대(17위)를 포함하여 3개 대학, 중국은 베이징대(36위)를 포함해 4개 대학, 그리고 싱가포르 국립대학(33위) 등이 100대 대학에 들었다.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서울대가 51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출발했고, 정권이 바뀌고 교육 수장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나 장관의 입맛에 따라 시녀 역할을 자임한 부끄러운 과거사도 갖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날 수없이 많은 무지갯빛 교육 개혁안들이 수립되고 추진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까닭은 부도덕한 정권들이 교육을 정치도구화하고 교육 현장 경험이 없는 교육 관료들이 교육 정책을 독점해 교육 주체 위에 군림하면서 주인 행세를 해 왔기 때문이다.

데릭 복 전 하버드대 총장은 미국 대학의 성공 비결로 ‘자율성, 경쟁, 대응력’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우리 대학교육은 하향평준화의 틀 속에서 획일적 규제 일변도의 관치구조로 돼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교육 활성화란 명분 아래 대형 국책사업들이 추진됐다. 그 대표 사례로 BK21과 누리 사업을 들 수 있다. 그러나 BK21과 누리사업은 막대한 예산 투자에도 실효성은 의문이란 지적을 많이 받는다.

게다가 국립대학 법인화 정책은 이해 집단들의 반대에 부닥쳐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국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이 모든 것이 교육개혁의 발목을 알게 모르게 잡고 있는 셈이다.

세계화 시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 경쟁력이다. 이 경쟁력의 원동력은 고급 인력 양성이며 인력 양성의 주체는 바로 대학이다. 이제 대학 개혁은 21세기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됐다.

그러나 대학 개혁은 ‘자율과 경쟁’의 바탕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대학에 학생 선발권은 물론 재정 부분의 자율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대학교육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학들이 지도록 하고, 정부는 지금처럼 권력을 휘두르며 관리 감독할 것이 아니라 도우미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교육도 산업임을 인식하고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대학 간 인수합병의 활성화, 적극적인 대외 개방, 그리고 대학 자율권 확보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결코 앞서갈 수 없다.’ 세계 16위인 호주국립대의 이언 처브 총장의 말이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 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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