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린든 존슨 미 행정부는 즉각 극동 미 공군에 비상출격대기 명령을 내리고 핵(核)항모 엔터프라이즈를 원산 근해로 급파했다. 북-미는 다음 날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나포된 곳이 공해냐 영해냐를 놓고 설전을 벌였으나 결론을 못 냈다. 결국 양측의 비밀협상 끝에 북의 승리로 돌아갔다. 승무원 82명과 시신 1구를 돌려보내는 대신 영해 침범을 시인하는 각서와 사과를 받아 낸 것이다.
▷북한 주민에게 대미항전(對美抗戰) 의식을 고취하는 전시물로 쓰이는 푸에블로 호가 조만간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발전을 위한 상징물이 될 조짐이다. 2002년 4월 방북 때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배의 반환을 제안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다시 촉구했다. 그는 “푸에블로 호를 돌려준다면 양국이 적대관계를 접고 새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하원도 2005년 2월과 작년 1월 반환요구 결의안을 낸 바 있다.
▷북은 이미 뉴욕 필하모닉의 내달 26일 평양공연을 받아들인 마당이다. 때맞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작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 따뜻한 기류가 쌍방향으로 흐르는 호기(好機)에 푸에블로 호 반환은 북-미 관계를 여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북으로서는 푸에블로 호를 반환함으로써 대미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쪽이 실용적 선택이 될 것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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