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김 의장 등 여당 지도부에 “정부와 협의가 없었고 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는다”며 김 의장의 친(親)기업 행보를 못마땅해했다. 출자총액 제한 해제, 경제인 사면, 경영권 보호장치 강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여당의 경제 살리기 노력을 정부가 냉소하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사실상 협조 거부를 밝힌 셈이다. 이런 엇박자는 예상됐던 일이다. 요즘의 당-청(黨-靑) 갈등 수위를 감안하면 여당의 노력이 추진력을 얻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며 재정 확대(세수 증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 부동산 투기 억제, 저출산 대책 등 못 할 일이 없는 것처럼 군다. 균형발전, 동반성장 등 구호도 요란하다. 그러나 성장력 감퇴나 설비투자 부진, 소비 위축 같은 현안에는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는 모양새다. 말만 하고 행동은 없는 ‘NATO(No Action, Talking Only)’ 정부 같다.
노 정부가 민생경제 회복에 동참하기는커녕 발목잡기를 하더라도 여당이 포기하면 안 된다. 선거를 치르고 기업인들과 접촉하면서 민심을 뼈저리게 읽지 않았는가. 정부의 비뚤어진 시각을 교정하는 작업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대신할 순환출자 규제제도를 만들려는 데 대해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며 강력히 제지한 것이 좋은 사례다.
거듭 말하지만, 정부가 ‘평등 코드’ 경제의 늪에 빠져 있더라도 여야 정당이 국회에서 법률 제정 개정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면 된다. 여야가 대타협을 이룰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올가을에는 국민과 기업이 더 활기차게 뛰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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