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논평/이재호]한명숙, 미소를 거둬라

  • 입력 2006년 3월 27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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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무총리에 지명됐습니다.

국회 인준 청문회가 남아있습니다만 한나라당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은 당적을 버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한 총리 지명자가 당적을 버리면 선거에서 여당을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기가 더 편할 것입니다.

한 총리 지명자에 대해 청와대는 “계속해서 ‘책임총리’로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정치권은 ‘안정형 총리’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집권 후반기에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을 내세워 국정을 원만하게 끌고 가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3분 논평] 한명숙, 미소를 거둬라

부드러운 것은 좋은 것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부드러움이 능히 강함을 이긴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부드러움에는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이 찡그린 얼굴보다야 낫겠지만 그것이 전부 다는 아닙니다.

한 총리 지명자가 성공하려면 이미지가 아닌 ‘실질(實質)’로 승부해야 합니다.

행정 관료 출신이 아닌 정치인이 총리나 장관이 되면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행정의 달인’인양 행동하려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도 공무원인 당신들만큼 안다, 당신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참 열심히 합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도 부족할 정도로 쫓아다니고 챙깁니다. YS 정권 때 한 장관은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 지, 하루에 양말을 두 켤레씩 가지고 다니며 갈아 신는다고 국정감사장에서 양말을 벗어들며 자랑한 적도 있습니다.

한 총리 지명자가 이런 흉내를 내서는 곤란합니다. 이미 두 번의 장관을 지냈으므로 잘 알겠지만 길어야 1년, 잠시 머물다가는 장관이 소관부처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도 장악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더욱 그렇겠지요.

역시 선택과 집중입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더도 말고 2개만 잡아서 끝장을 보고 나오십시오. 그것이 성공한 총리, 국가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총리가 되는 길일 것입니다.

어떤 일을 잡고 씨름해야 할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와 시한폭탄과도 같은 국민연금 개혁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두 가지 과제만 해결하고 나오십시오. 국가의 미래가, 그리고 한 총리 지명자의 정치적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한번쯤 승부를 걸만한 일입니다. 그러려면 욕을 많이 먹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욕먹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욕을 먹더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할 일은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 총리 지명자, 이제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십시오. ‘웃는 총리를 보고 싶다’는 그런 쓰잘데기 없는 말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지금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한 총리 지명자의 미소가 아닙니다. 한국의 대처로 기억될 수 있을만한 용기와 신념, 그리고 결단력입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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