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화제]둘째딸과 시험치른 김점순씨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42분


7일 치러진 수능시험에서 모녀가 함께 시험에 응시, 눈길을 끌었다.

경남 통영 충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둘째딸과 함께 시험을 치른 김점순(金点順·46)씨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답안을 작성했지만 성적은 어떨지 모르겠다”면서 “꼭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분야를 전공한 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통영여고에 다니는 딸 임은향(林恩香·18)양도 “엄마와 함께 공부했던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지난 3년 동안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한 김씨는 향학열이 대단한 ‘악바리’로 소문나 있다. 남편 임학주(林學柱·50·상업)씨는 “꽃꽂이며 컴퓨터, 기타연주 등 뭐든 배울 기회만 주어지면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평소 야학에 나가 오전 1∼2시까지 공부했고 냉장고 문에는 항상 영어단어를 써붙여 두고 중얼대며 외웠다. 국어와 수학은 비교적 자신이 있었으나 나머지 과목들은 딸의 ‘지도’를 많이 받았다.남편 임씨는 “교육방송을 보는 아내가 텔레비전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뉴스도 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대학에 진학한다면 어렵더라도 ‘외조(外助)’를 하겠다”고 말했다.김씨는 “남편의 배려와 도움이 없었더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임씨의 큰딸 은영(恩英·21)양은 계명대 성악과에 다니고 있고 학교성적이 상위권인 은향양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할 예정. 임씨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다.

<통영〓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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