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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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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은 6000명을 학살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기다리며 발표한 TV 메시지에서 의기양양하게 이렇게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대량 학살 행위에 자부심을 느끼는 표정으로 미국이 아랍 땅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미국의 그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한 후, 미국의 항복 조건을 밝혔다.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들을 몰아내고 이라크에 대한 간섭을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테러집단도 美안전의 적▼
이 말은 그의 의도를 분명히 밝혀주었다. 이제는 아랍의 어떤 통치자도 빈 라덴이 테러 공격에 직접 가담했음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빈 라덴과 똑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이젠 더 이상 빈 라덴의 알 카이다 조직,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테러리스트들,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사담 후세인이 이끌고 있는 이라크의 세계 테러 중심지 등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서방을 도발해서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가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과격한 이슬람 지도자들은 미국의 이번 공격을 이슬람에 대한 이교도들의 새로운 십자군 전쟁으로 해석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들의 전략에 속지 않았다. 1980년대에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한 것을 잊지 않은 미국과 영국은 이번 전쟁을 이슬람교도들의 해방전쟁으로 만들고 있다. 탈레반 정권이 유엔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전 세계는 빈 라덴을 숨겨주고 있는 사람들에게 맞서 이번 전쟁을 ‘아프가니스탄화’하는 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은 광신도들만 따로 떼어 처벌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폭탄과 원조 식량이 아프가니스탄 땅에 교대로 투하될 것이며, 억압받는 아프가니스탄 국민과 세계 도처의 주류 이슬람교도들을 지지할 것이다. 또한 증오를 퍼뜨리는 탈레반의 방송 중계탑을 파괴하고 광신도들의 주장과 반대되는 진실을 얘기하는 미국의 현지 언어 방송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해방 전략에는 일리가 있다. 광신도들은 서방이 분노에 미쳐 날뛸 것이라고 예상했겠지만 우리는 “흥분하지 말고 차분해지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원래 냉정하게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 아니지만, 죽음을 환영하는 비상식적인 적에 맞춰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에도 소홀한 부분이 있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얘기하는 빈 라덴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지난 20세기 사람들이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진지하게 읽지 않았던 것과 똑같다.
테러 조직이 밝힌 목적은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몰아내고 사담 후세인과 같은 야만적인 전체주의의 화신을 서방의 제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들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히틀러도 미쳤지만 거의 목적을 달성할 뻔했다.
미국의 전략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한 번에 테러 집단 하나씩 뒤를 쫓겠다는 방식이다. 시야가 좁은 이러한 단순함 때문에 미국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시리아와 이란에 있는 그들의 후원세력을 자산동결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그들이 다른 목록에 올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이스라엘에 자살폭탄 공격을 가하고 있는 이 집단들의 후원세력을 노골적으로 제외시킴으로써 시리아와 이란으로 통하는 채널 구축을 희망하고 있으나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응징 대상 축소는 잘못▼
미국이 표적을 축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빈 라덴은 그 도발적인 TV 메시지에서 밝혀주었다. 그는 자신의 동맹인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 있는 동안 미국인들은 “안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고통받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뿐만 아니라 억압받는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도 똑같이 가차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빈 라덴과 똑같은 적을 상대하는 똑같은 싸움이다.
(http://www.nytimes.com/2001/10/08/opinion/08SAFI.html)
윌리엄 사파이어(NY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