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용대 '마지막 분대장' 김학철옹 타계

  • 입력 2001년 9월 28일 19시 16분


‘조선의용대 마지막 분대장’인 작가 김학철(金學鐵·본명 홍성걸·사진)옹이 25일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자택에서 타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5세.

김옹의 장남 해양(53·옌볜공예학교 교장)씨는 28일 전화통화에서 “중국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선친의 뜻에 따라 27일 화장한 뒤 유골과 평소 쓰던 볼펜, 조선의용대 창건 때 전우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원산 앞바다행-김학철의 고향’이라고 적힌 상자에 담아 두만강 하류에 떠내려보냈다”고 전했다.

해양씨는 이어 “선친께서 6월초 강연차 경남 밀양을 방문한 뒤 서울에서 종양 수술을 받고 돌아왔으나 경과가 좋지 않았다”면서 “선친은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를 외면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겪은 김옹은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1916년 함남 원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보성고보 재학 중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조선의용대에 입대했다.

조선의용대는 중국 만주지역에서 활동한 항일 무장독립부대로 김옹은 이 부대에서 분대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당시 부대원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김옹은 ‘마지막 분대장’으로 불려왔다. 이 때 그는 가족이 일본군에게 화를 입을 것을 염려해 본명을 숨기고 이름을 김학철로 바꿨다.

그는 1941년 만주 태항산 전투에서 일본군과 교전 중 총상을 입고 체포돼 왼쪽 다리를 절단했으며 일본 나가사키형무소에서 수감 중 광복을 맞았다. 그 후 귀국해 1945년 단편소설 ‘지네’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나 1946년 월북했다. 그는 북한에서 ‘노동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김일성 정권에 환멸을 느껴 1950년 중국으로 망명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문화혁명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10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는 옌볜에 살면서 그동안 장편소설 ‘격정시대’ ‘20세기의 신화’ ‘해란강아 말하라’, 소설집 ‘무명소졸’,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 등 많은 저서를 냈으며 대부분은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최근에는 자전 수필을 모은 산문집 ‘우렁이 속 같은 세상’(창작과 비평사)을 마지막으로 출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혜원씨(75)와 아들 해양씨가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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