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 귀향 김창생 할아버지 손분순 할머니 만나

  • 입력 2001년 8월 30일 18시 36분


“함께 살게 해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는데….”

신혼 때 헤어진 옛 아내를 찾아 58년 만에 러시아에서 돌아온 김창생 할아버지(79·본보 29일자 A31면 보도)가 30일 오전 경북 고령 대창양로원에서 아내 손분순 할머니(76·울산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와 ‘눈물의 상봉’을 했다.

김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손 할머니는 “98년 잠깐 만났을 때 돌아오겠다던 남편의 말을 굳게 믿었다”며 “어디에서든 남편과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자녀가 없는 할머니는 현재 집 근처 교회의 식당일을 봐주며 교회에서 지내고 있다.

오래된 부부처럼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던 할아버지는 “신혼 때가 엊그제처럼 생각난다”며 “이 사람 하나 보고 러시아에서 모든 걸 정리하고 돌아왔는데 함께 지낼 방 한칸이 없다니…”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이들 노부부의 결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할머니가 6·25전쟁 때 피란민촌에 살았기 때문에 소유권을 인정받은 땅 650평. 팔려고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이 때문에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다. 양로원 관계자는 “양로원의 창고라도 개조해서 두 분을 함께 모시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 노부부는 이날 양로원 식당에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었다. 할아버지는 “고운 색시를 데려왔는데도 한번도 사위노릇을 못했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경북 의성에 있는 장인 장모 산소에 성묘를 해야겠다”며 할머니와 함께 양로원을 나섰다.

<고령〓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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