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지도 7개 만든 천기철씨 '현대판 김정호'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55분


지도 제작은 현장실측 등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보통사람이 지도를 만든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

‘현대판 김정호’로 불리는 천기철(千己喆·43·전남 해남군 해남읍 )씨는 이런 점에서 별난 사람이다. 천씨가 94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만든 지도는 무려 7가지.

고교시절 지리과목을 좋아했던 그는 유일한 취미가 지구본을 보고 세계지도를 그리는 것이었다. 목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출판사 등 몇몇 회사를 다니면서도 그는 지도제작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시간만 나면 국립지리원 등에서 만든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도에 나와 있는 이름과 실제 지명이 다르고 이정표도 틀린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정확한 지도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7년 전 그가 처음 제작한 지도는 ‘전남 서남부 지도’.

그는 자신의 탯자리인 해남 인근 지도부터 만들기로 작정하고 한국지명총람과 해남군사 등 문헌을 뒤지고 산과 들녘을 다니면서 옛 마을 지명을 찾아주고 사라진 골짜기와 약수터의 이름을 붙여줬다.

한반도 최남단이라는 뜻의 ‘땅끝’이라는 이름도 지도 제작 이전까지는 ‘토말(土末)’로 불렸으나 그가 지도에 처음 표기한 이후 군 지명위원회가 공식 지명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그 후 해남 영암 강진 완도를 아우르는 ‘남도답사지도’를 비롯해 ‘월출산 지도’ ‘달마산 지도’ ‘두륜산 지도’ ‘보길도 관광지도’ ‘해남 문화유적지도’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의 지도는 지금까지 40만부 정도가 배포됐고 역사학자들의 논문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내년부터는 백두대간 끝자락인 지리산과 무등산 지도를 만들 계획이라는 천씨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영암〓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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