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모 헌법재판관 정년퇴임…소수의견 108건 역대 최다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6분


역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가장 많은 소수 의견(108건)을 낸 것으로 알려진 이영모(李永模)재판관이 22일 정년 퇴임했다.

이재판관은 이날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통해 “법 논리가 아무리 정교해도 헌재 결정이 국민의 가슴에 와 닿지 않으면 허공을 향한 외침에 불과하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재판관은 “재판의 지연은 재판의 거부와 다름없고 재판이 추구하는 정의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며 “재판관은 감정없는 법률 대변인 역할만으로는 책무를 다할 수 없으며 헌법 해석도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적극적으로 경제적 약자나 소외 계층에 관심을 갖는 일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권력도 재물도 없는 우리는 오로지 국민의 신뢰로 지탱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고 후배 연구관들과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재판관은 지난해 4월 헌재가 과외 금지규정을 위헌이라고 결정할 때 혼자서 유일하게 합헌의견(과외 금지는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당시 “과외 허용은 학생보다는 과외 교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과외 금지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재판관은 92년 공직자 재산 공개 때 평소 즐겨 타던 빨간색 프라이드를 재산 목록에 신고했고 서울고법원장 재직 때 국가 예산을 아낀다며 비서관을 두지 않기도 했다. 이재판관은 경남 의령농고를 중퇴,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부산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고시 사법과(13회)에 합격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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